"가족잃은 사람들, 찬양으로 위로받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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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잃은 사람들, 찬양으로 위로받길 원합니다"
  • 승인 2003.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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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원하신 찬양의 길. 그 길에 들어서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헤매다녔고 하나님의 음성을 외면했었다. 눈물과 고통속에서 신음하다가 문득 고개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하나님은 여전히 손짓하고 계셨다. ‘나의 품으로 들어 오라고….’

최근 ‘귀향’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고 찬양사역을 시작한 김선희집사(강남중앙교회). 하얀 피부에 앳된 외모가 나이를 가름할 수 없게 만든다. 30대 중반. 두아이의 엄마지만 십대소녀와 같은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맑은 목소리속에 묻어있는 슬픔을 발견한다. 깜짝 놀라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제 하나님 품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그 뿐이죠. 버려진 내 삶에 피흘린 손을 내밀며 안아주셨어요. 슬픔보다 이젠 감사와 기쁨이 더 많은걸요.”

아직 채 절반밖에 살지 못한 인생인데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을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좋고 찬양이 좋았던 소녀는 교회에선 성가대로 학교에선 중창단으로 활동했다. 신앙체험을 해본 것도 아니요, 그저 교회에 다니는 가족을 따라 나갔을 뿐 하나님을 사모하는 특별한 마음은 없었다. 노는 것이 재미있고 교만한 마음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고2때 당뇨를 앓고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아버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병원 3층에서 뛰어 내렸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시간보다 조금 앞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큰오빠에게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워놓았고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많은걸 포기했다. 방황속에서 공부도 뒤로한 채 돈벌 궁리만 했다.

집과 가까이에 있는 대학에 들어 가고도 개그맨이나 가요제참가만 꿈꿨다. 요란한 파마머리에 커다란 귀걸이, 미니스커트를 즐겨입던 말괄량이 소녀. 활달한 성격으로 주변에는 친구들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힘들게 가장노릇을 하고 있는 오빠를 생각해 늘 10시전에 귀가하며 가족의 걱정을 덜어주는 착한 동생이었다.

가족과 함께 다니는 개척교회에서 찬양단을 꾸렸다. 선교단원이된 김선희집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연습하며 교회 부흥회를 이끌었고 열정적으로 찬양했다. 주일학교 교사로 찬양단원으로 난생처음 교회다니는 재미를 알아갔다. 열정적인 모습에 담임목사님은 “선희를 사모로 만들라”고 권하실 정도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받은 프로포즈는 그녀를 내로라하는 부잣집 며느리로 만들었고 불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평소 말없이 따라다녔던 남편은 농장을 수만평 가지고 있는 부잣집 외동 아들이었다. 목탁을 두드리고 염불을 외우며 안살림을 맡아하시는 시할머니와 병원을 운영하는 시어머니, 한량처럼 세상을 사시는 시아버지 밑에서 김선희집사는 숨소리한번 못내고 힘든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시할머니는 “집안 말아먹을 귀신이 들어왔다”며 시집살이를 시키기 시작했다. 시아버지의 술손님은 한시가 돼야 돌아가셨고 하루에 밥상을 12번이상 차려야 했다. 새벽5시부터 밤1시까지 가사일은 쉴틈이 없었고 조금 쉴 틈이 나면 시할머니는 마늘을 1백통씩 까게 만들었다.

부유한 것 이외에는 행복이라곤 없는 집이었다. 어렵지만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김선희집사로써는 하루하루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산부인과 의사인 시어머니는 낙태를 주수입으로 돈을 벌고 있었으며 시할머니는 바람난 시아버지 역성들기에 바빴다. 그리고 다시 시아버지가 암선고를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마침 집근처에 교회가 들어왔다. 그것으로 그녀는 위안을 삼았다. 오랫만에 하나님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목사님과 사모님의 관심과 기도를 받을 수 있었다.

황달에 고열로 밤을 꼬박새우길 며칠 시아버지의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김선희집사는 시아버지가 구원받고 돌아가시길 기도했다.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셨을까…, 어느날 시아버지가 목사님께 세례를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의 뜻을 거역하면서 며느리의 종교를 따라 아버지는 기독교인이 되셨다.

그리고 3개월을 투병하신 후 돌아가셨다. 장례는 기독교식으로 치뤄졌다. 시아버지가 안계신 집에서 겪는 시집살이는 더욱 힘이 들었다. 무심한 남편에게 그녀는 이혼을 요구했다. 밝고 명랑했던 아내에게서 웃음을 찾을 수 없을 때 남편의 마음도 편치 않았던것 같다.

밖으로만 나돌던 남편은 노름과 술에 빠지더니 어느날인가부터는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왔다. 김선희집사조차도 술이 아니면 잠들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녀는 하나님을 원망했다. “하나님, 당신이 원하는게 뭔데 저를 이렇게 힘들게 하세요.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남편을 보면 제발 이혼해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렸다. 신경안정제와 술로 보내는 나날들, 어떤 날 약에 취해 이틀씩 깨어나지 못해도 그녀는 병원에 가지 못했다. 체면을 생각한 시어머니는 이런 집안사정을 밖으로 알리기 싫어하셨다. 하지만 시댁은 이미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노름과 술에 빠진줄 알았던 남편은 조직폭력배 일원이 되어 있었다. 더이상 희망이 없는 집이었다. 김선희집사는 술을 마시고 그동안 모아둔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라도 영혼은 하나님곁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직 그녀를 받아 주지 않으셨다.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남편은 평생 먹고도 남을 재산을 빚으로 거의다 청산하고 뒤늦게 남은 재산을 조직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지방의 한 회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시집살이에서 벗어나 시골에 정착한 김선희집사는 옛교회 목사님이 온양에서 목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하나님 앞에 나갔다.

아이들과 김집사, 그리고 공장에서 지내다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들르는 남편과 회복되지 않은 가정을 꾸려나갔다. 시골로 내려온 뒤 남편은 열정적으로 일했다. 손수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 건물도 직접 건축했다. 시골 이웃들의 인심은 그녀의 마음에 안도감을 주었다. 상처가 완전히 나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녀의 인생을 또한차례 뒤흔들었다.

회사 기숙사를 나와 주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신 남편이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힘든 시집살이로 미워하고 또 미워했지만 김선희집사에겐 첫사랑이었고 묵묵히 아내를 돌봐주던 남편이었다.

“하나님 이런 기막힌 일을 보게 하려고 저를 살려 주셨나요. 그때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시지 왜 저에게 왜 이렇게 잔인한 고통을 주세요.”

남편과의 인연과 함께 시댁과의 인연도 끝났다.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던 김선희집사는 슬픔과 고통을 이기는 방법으로 방탕한 생활을 선택했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자신을 학대했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가 가장 사모하고 존경하는 목사님을 다시 만나게 함으로써 그녀는 다시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찬양사역을 허락하셨다.

“어릴때부터 그랬어요. 찬양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졌죠. 정말 늪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에요. 신앙이 없었던 사람과 결혼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어긴 것부터 잘못이었겠죠. 너무 먼길을 돌아왔나봐요. 이젠 정말 찬양만 하며 살아갈겁니다.” 청년시절 선교단활동을 할 때 담당 전도사가 그녀에게 이런말을 했다. “노래는 잘하는데 하나님이 없다”고….

그때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이제 그녀는 안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일찍 알았더라면 고통과 시련의 시간을 뛰어 넘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하나님은 연단을 통해 새로운 일꾼을 만들어 내셨다. 이제 어디로도 달아나지 않고 하나님 곁에만 붙어 찬양하는 작은 딸을 아끼고 또 아껴주실 것이다.

상처는 잊혀지지만 지울 수는 없는 것. 김선희집사는 자신의 상처를 노래로 담았다. 그리고 원망을 넘어 이제는 하나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가 가족을 잃은 사람들, 마음에 상처가 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것이 그녀가 찬양하는 단 한 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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