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교회여 생명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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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교회여 생명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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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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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웅 목사 / 동면교회

한 국가의 식(食)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食은 주로 쌀이다. 주식으로 쌀이 우리의 먹을거리였는데 그 쌀을 전면 다른 나라의 것으로 개방한다. 정부는 협상이나 국민과의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쌀 시장 개방은 농촌 교회로서는 위기일 뿐 아니라 신앙적인 면에 있어서도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계된 슬픈 일이기도하다.

아울러 교회마다 성만찬을 한다. 그리스도의 성체와 보혈을 나눈다.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성체와 보혈의 원료는 가장 거룩하고 안전한 것임에 틀림이 없어야 한다. 교회의 공동식사는 넓은 의미에 있어서 성만찬의 범위에 속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육의 양식이라 할지라도 큰 범위에 있어서는 성만찬일 것이다. 이러한 생명의 먹을거리가 온통 자본으로 얼룩진 죽임의 먹을거리를 먹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초 다국적 기업들과 자본의 힘을 가진 나라들이 앞다퉈 작은 나라에 수입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입 개방의 상황에서 당사자국인 쌀 생산자 대표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고 전면 수입개방을 선포한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 수도 없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상과 토론을 거쳐 국민들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할 수 있으면 몇 번씩에 걸쳐서 협상을 했어야 한다. 안전한 생명의 먹을거리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한 차례 협상도 없이 다 내어주겠다면 어느 농민과 농촌 교회가 이해 할 수 있단 말인가?

한국과 유사한 쌀 개방 국 두 나라가 있다. 일본과 필리핀이다. 일본은 지난 1999년 일찍부터 관세화롤 개방하는 방식을 택했고, 필리핀은 최근에 타결된 쌀 협상을 통해 2017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쌀 개방입장에 입장에 있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공통점이 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쌀 개방안에 모두가 만족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회적 합의로 인해 갈등을 최소화 했다는 것이 큰 성과다.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독단과 독선에 의해 일방독주로 쌀 시장 전면개방을 발표해 버렸다. 주식인 쌀의 중요성에 있어서는 당사자인 농민과 소비자와의 큰 합의도 없이 발표해 버린 것이다. 이때 피해를 입는 쪽은 소비자이며 일부 교회의 공동식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국가의 인격은 돈과 지위, 권위가 아니라 사회의 시민 국민의 성숙도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쌀 협상의 발표는 일본과 필리핀보다도 못한 후진국 형태를 보여준 것이다.

쌀 협상은 미리부터 포기하지 말고 현상 유지를 위해서 마치 필리핀과의 모습처럼 협상을 계속했어야 했다. 10년을 연장할 수 있는 합의체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한 번도 회의를 거쳐보지도 않고 말이다. 매년 4십 만 톤의 의무수입량을 가지고 논의 할 수 있음에도 논의하지 않은 것이 농민단체와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그리고서 발표한 것이 고 관세율이다. 허나 이 또한 정부의 입장대로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513%의 고 관세율을 받아드릴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정부는 높은 관세율과 자유무역협정(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반드시 쌀은 제외하고 협상하겠다고 한다. 허나 미국과 중국이 어디 그렇게 하겠는가? 이미 쌀 한 가마에 미국 산이 38만 원이며 중국 쌀은 최대 52만 원까지 간다. 국내 사람은 사먹을 리가 없을 것이고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하든 관세율 인하를 추진할 것이다. 그래야만 자기들의 쌀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쌀 개방 문제와 고 관세율의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소비자 단체, 농촌교회가 있는 농민의 4자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국민과 교회의 먹을거리 공동 식사는 최소한 생명의 먹을거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먹을거리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교회도 입장을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앙의 근본은 생명이고 영과 육의 가장 필요한 것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생명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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