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선교를 꿈꾸던 예비 선교사 테러에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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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선교를 꿈꾸던 예비 선교사 테러에 지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2.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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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폭탄 테러 희생자 고 김진규 목사 안타까운 사연
▲ 성지순례 중 지난 14일 김진규 목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진 <출처=김진규 목사 페이스북>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자존심과 생명을 포기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다. 함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지대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국에서 성지 가이드 차 함께 출발한 예장 백석 소속 고 김진규 목사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목숨을 걸만큼 오랫동안 꿈꿔왔던 그의 ‘선교’는 바울의 전도지를 순례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2011년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선교의 꿈을 키웠던 김진규 목사는 오는 3월 선교훈련을 앞두고 지인의 부탁으로 바울의 선교지 해설자로 따라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해외 오지 산간지역과 빈곤지역 선교를 꿈꿔왔던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동료 신학생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등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남을 먼저 섬겨왔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백석 신학대학원 교수들은 “봉사활동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고 선교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 학생이었다”며 “귀하게 쓰임받을 인물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기억하는 한 교수는 “졸업 후에도 학교에서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사례비를 모아 매달 후배 10명에게 한달치 식권을 선물할 정도로 마음이 따듯한 친구였다”며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동기와 후배들을 격려하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고 회상했다.

그가 처음 전도사로 사역했던 소망교회 이호준 목사도 테러 희생 소식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목사는 “사모 역시 독실한 믿음으로 선교에 헌신했다”며 “이집트 출발 전에도 주일예배에 참석했는데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소속 교회가 없는 김진규 목사는 직전 사역지였던 시냇가푸른나무교회와 그가 안수를 받은 예장 백석 경기노회가 함께 장례를 논의하고 있다. 이호준 목사는 “20일 경 시신이 도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일단 시냇가푸른나무교회 장으로 치르고 우리 노회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19일부터 오후 1시부터 보라매서울시립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영성수련회 중인 백석대 신학대학원도 지난 18일 김진규 동문을 추모하며 남은 유족과 못다 이룬 선교의 꿈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김진규 목사는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며 그 하나님이 인도 하시는 대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고백했다. 올 1년 선교훈련을 받으며 파송지를 정하고자 했던 것.

이호준 목사는 “전기설비와 양계 기술 등을 이용해 해외 오지마을에 복음과 문명을 함께 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었다”며 “이슬람 선교 비전을 놓고도 기도하고 있었는데 이슬람 지역에서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고 전하며 남겨진 아내와 딸을 위해서 많은 기도를 부탁했다.

고 김진규 목사의 블로그에는 “아직도 믿기지 않고 먹먹하지만 좋은 곳으로 가신걸 알기에 남은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위로의 글과 “죄송하다”며 함께 사역을 나누지 못한 미안함을 전하는 추모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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