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태바
[방효성의 문화칼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운영자
  • 승인 2013.09.26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20)
▲ ⓒ‘1335-1290’, Acrylic on paper, 80x50cm, 2013, 방효성.

요즘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 제목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구림 작가의 회고전 형식으로 시대를 앞서간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전시이다.현재 80세인 그가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에 초대되어 출품했을 때 이야기다. 작가는 수십 개의 얼음 큐빅을 대형 비닐로 포장해 전시장에 설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얼음이 녹으면 전시장이 훼손된다며 거절했다. 작가는 고체인 얼음 덩어리들이 녹을 때 정방형의 얼음주머니가 서서히 내려 앉으며 원형의 커다란 물주머니로 변해가는 가변적 형태의 작품을 보여주려 했었다. 작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시되지 못한 당시 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개척자로 지금까지 현대미술의 첨단의 길을 걷고 있는 그에게 이번에 한국현대미술의 미술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로 늦게나마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전시라 생각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제목은 그동안 몰이해 되어온 그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그간의 심정을 토로하듯 가시돋친 독백으로 들린다.

또한 김 화백의 그림은 개념미술이라 불리우는 장르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대상을 재연하는 기존의 그림 형식과 다른 보이는 것과 아는 것 차이에 대한 형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물을 그릴때 보이는 것보다 본질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사실이 다른 것들이 많이 있다. 사실이 묻혀지고 거짓이 사실인듯 행세하며 진리와 정의가 외면당하고 부정한 것이 정의로 포장되고 인식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다른말로 말하자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라는 말이다.

구약성서에 욥에 대한 말씀이 있다.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마치 하나님의 뜻인양 말하는 욥의 세 친구들의 이야기가 있다. 욥이 곤경에 처한 것은 욥이 행한 죄에 대하여 하나님의 진노 하심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책망하고 있다.

요즘의 세태를 보는것 같다. 잘 알지 못하면서 상대를 정죄하며 훈계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 밖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교회 안의 문제를 바라보면 지금도 내 주장이 옳다고 편을 갈라 대립과 다툼을 하는 모습을 본다. 나 자신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양 떠드는 일은 없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나도 너희처럼 말할 수 있나니 가령 너희 마음이 내마음 자리에 있다 하자 나도 그럴듯한 말로 너희를 치며 너희를 향하여 머리를 흔들 수 있느니라”(욥기 16장 4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