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도전과 응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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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도전과 응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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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04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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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어디를 가나 항상 남는 자리가 그의 위치였다. 그도 다른 학생들처럼 능력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심신장애가 있었다. 그런 그가 낙제를 겨우 면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가 있었던 것은 반의 짝인 허륜명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업에 크게 성공하여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적지 않은 후원을 하였다. 안천고등학교의 진성교육관도 그가 후원해 세우게 되었다. 또한 그는 매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였다.

이익치는 비사교적이었으나 통기타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익치는 자신이 세상에 홀로 성공할 수 있는 자가 아님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는 능력이 있는 친구들의 부족함을 지원함으로 그들이 성공한 그늘에서 함께 살고 싶었다. 그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같은 안천고등학교 동창으로 의사가 된 허륜명, 박시원, 윤승호가 개업을 할 수 있도록 아버지의 회사로부터 개원하는 자금을 후원받게 하였다.

친구들이 병원을 개업을 한지 5년이 지나자 모두 의사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지원하던 이익치 아버지의 회사가 경기악화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익치는 아버지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친구 의사들에게 아버지 회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더 큰 성공을 향해서만 자금을 지출할 뿐이었다.

오후 1시 시청 앞 P호텔 레스토랑에서 진선린을 찾아온 친구들 3명이 이익치의 사건을 논의하였다. 허륜명이 자초지종을 선린에게 말했다.

“이익치가 그의 아버지 사업이 어려움에 처해서 나에게 지원을 요청하였는데 들어주지 못하였더니 이번 일을 꾸미고 말았네!”
“어떻게 된 일인가?”
“내 이름으로 은행에서 7억 원을 대출을 받았네.”

이익치는 시중 은행으로부터 허륜명 명의로 7억 원, 박시원 명의로 8억 원, 윤승호 명의로 6억 원을 융자받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 수사관님 이익치의 행위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박시원 의사가 선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만일 본인들이 은행에 출석해 자필 서명을 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 이는 이익치가 저지른 행위로서 본인들도 피해자입니다. 이런 경우 본인들이 은행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소를 제기할 수가 있으며, 이익치를 상대로 사기, 사문서위조 등 인장위조 동행사, 배임 등의 사건으로 형사고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경우에 은행은 은행대로 반소를 제기하면서 본인들이 이익치에게 대출에 필요한 모든 서류들을 교부하여 행사토록 한 점에 대한 과실의 책임소재를 물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여지가 있습니다.”

허륜명과 그의 친구들이 이익치의 행위에 대하여 갑론을박을 하고 있을 때 성결종합건축의 강지철 대리가 선린을 찾아왔다. 강지철은 S대학 인문대학원에서 선린과 같이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 수사관님, 나는 이익치를 상대로 즉시 고소를 제기하겠습니다. 엄중히 조사하시어 엄벌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시원 의사가 말했다. 그때 강지철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만요, 이익치는 여러분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힌 금액만도 21억 원이나 되지만 다른 피해자들까지 합하면 60억 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돕니다. 그 녀석은 감옥에 가서 징역을 살아야 정신을 차릴 놈입니다.”
박시원이 말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 고소를 해도 아무런 실익도 없는 일입니다.”
강지철이 말했다.

“성결종합건축 대표이사는 여러분이 병원을 개원할 때 사심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장래를 위해서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 지원금에 대해 지금까지 한 푼도 이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 분은 지금 은행의 이자 지급에 어려움에 겪고 있습니다.”
강지철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윤승호가 말했다.

“이자 정도라면 우리들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익치는 이자가 아닌 원금 이상까지 손해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이익치로부터 손해가 난 것을 회복할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모두들 강지철을 바라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강지철이 이익치를 대변하는 것은 그럴만한 깊은 사연이 있었다. 이익치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강지철을 찾아왔다.

“자네 병원에 잘 적응이 되는가?”
강지철이 말했다.

“너무나 힘드네.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왜 그런가?”
“아버지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친구들이 아버지를 몰라주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네.”
“그럴리가 있는가.”
“내가 설자리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것 같네.”
“친구 허륜명의 병원에서 사이좋게 근무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말이 그렇지 죽지 못해서 하는 일일세.”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내가 동창이란 것을 허륜명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어! 동창이라서 마음대로 부려먹기가 힘든가봐! 차라리 모르는 곳에 가서 빌어먹기라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
“오늘 어떻게 왔는가?”
“아버지 회사의 어려움을 보고 아들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네. 나는 친구들의 이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네.”
“그 돈을 무엇에 쓰려고?”
“타인의 이름을 차용해서 아버지 회사의 채권자 회사에 출자를 하였네.”
“어떤 목적으로?”
“그 회사가 아버지 회사에 가지고 있는 장기 채권을 출자로 전화해 이자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였네.”
“아버지를 도우려는 것은 좋지만 은행과 친구들로부터 고소를 당하면 민사, 형사상 처벌을 받는 사실을 모르는가?”
“알고 있네! 그래서 자네를 만나자고 하는 것일세.”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들이 내가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면 나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있네. 그러나 친구들이 내가 융자받은 은행채무를 인수해 준다면, 나는 아버지가 나의 장래를 위해서 어머니 이름으로 소유한 주식을 그들에게 채무 면제를 위해 양도하겠다고 어머니께서 약속을 하셨네. 여기 양도증서까지 가지고 왔네.”

의사들이 이익치의 고소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을 때 수사관 선린이 그들에게 말했다.
“만일 그가 이 사건으로 구속이 된다면 추심할 재산이라도 남아 있습니까?”
“이익치는 아무런 재산도 없고 변제능력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그를 잘 아는 허륜명이 말했다.
“그렇다면 실익이 없이 친구 잃고 돈 잃는 격이 됩니다. 강지철씨의 말을 들어봅시다.”
“여러분께서 이익치의 은행채무를 본인들의 채무로 인수하실 경우 이익치의 모친께서 성결종합건축에 대한 소유주식을 무상 양도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이익치를 고소해서 처벌을 구하시든지 그를 친구로 남겨놓을 것인지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네. 나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네.”
허륜명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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