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 문화칼럼] 포기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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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 문화칼럼] 포기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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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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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14)

며칠전에 작업실을 이사 했다. 이사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할 일이 생기면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 장소를 물색하는 일부터 작품 하나 하나를 포장하고 옮기는 일에서부터 작품을 선별하여 버릴 것을 버리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는 일까지…. 어느것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 가야하는가. 작가의 손에 달려 있다.

아깝지만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손때 묻은 조그마한 스케치까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모든 것이 다 소중하고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어느 순간 작품들이 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짐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작품들의 끝은 어디인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이 있다. 그대로 풀이하면 작품들은 존재감이 인생보다 오래도록 남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조금 길고 짧은 시간의 차이일 뿐 사라지는 것은 모든 물질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국 없어지고 사라질 것들을 가지고 집착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느 순간 짐이 되어 버린것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소유함으로 약간의 유익은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불편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비움’,‘내려놓음’,‘권리포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우리들은 삶에서 대부분 쟁취하고 경쟁하고 이기고 빼앗고 더 가지려고 아귀다툼하며 살아간다. 물질 뿐만 아니라 명예도 그렇고 권력도 그렇지 아니한가.


조카 롯에게 선택권을 양보한 아브라함과 사울왕에게 복수할 기회를 버린 다윗 그리고 자신의 자랑인 명예와 학식을 분토만도 못하게 여긴 바울처럼 나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할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법칙은 내려놓고 포기하고 버릴 때 더 큰 기쁨으로 채워주신다는 것을 믿는다.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의 절기를 맞이하는 계절이 왔다. 아직 차가운 2월의 새벽을 깨우며 기도를 드린다.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온갖 고난과 고초를 당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사순절을 맞는다. 하늘 보좌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곳으로 임하신 분을 이야기 한다면 바로 예수님이시다.

요즈음 사회와 교회가 가릴 것 없이 조그만 일에도 분노하고 타투며 고집과 혈기로 자기 의의를 외치는 모습을 살피며 예수님의 마음인 자비와 긍휼이 그리워진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과 모든 짐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길 원한다. 모두 참 평안을 간절히 원한다면 말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것인데 무엇인들 우리 고유의 것이 있겠는가. 생각 하는 것들에 대해 미리 포기각서를 써보며 내려놓기에 한걸음 나가야 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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