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왜 한국은행을 윽박지르나
상태바
(83) 왜 한국은행을 윽박지르나
  • 운영자
  • 승인 2013.04.10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정부와 정치권이 금리를 인하하라고 한국은행을 반 협박조로 몰아붙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 3월 30일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결정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정책은 필요하다”고 말한 후, 3월 26일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에는 금융부문이 포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 후 4월 1일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 때 보면 한국은행이 다소 붕 뜬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한국은행이 이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질책하더니, 4월 3일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나서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준다면 경기부양에 더욱 좋다”고 점잖은 투로 말하며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국회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은 한국은행이 해야 할 일이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나 정치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1장 3조에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와 법을 지키도록 해야 할 정부가 나서서 법 정신을 깨뜨리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금통위는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목요일에 정기회의를 열어 통화신용정책과 한국은행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이중 매월 첫째 정기회의에서 그달의 통화정책방향을 정하는데, 정책결정의 초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경기 동향을 면밀히 살펴가면서 기준금리를 조절한다.

작년 말부터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5개월째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기준의 핵심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다. 경기가 활성화되어도 인플레이션이 초래되면 오래 가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한다. 따라서 경기회복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는 현재의 경기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에도 잘못 예측해서 금리를 인하해 돈을 풀게 되면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게 되고 경기는 얼마못가 다시 주저앉게 된다.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해서 동결하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가운데 경기가 이미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정부든지 정권을 잡게 되면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임기 초에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어야 앞으로 정치를 해나가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복지공약을 지키느라 앞으로 돈을 많이 풀 것이다. 경제를 살려 보려고 예산을 조기에 앞 당겨 집행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과거 정권에서 부작용이 두려워 손을 대지 않았던 부동산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버렸다.

거기다 한국은행을 압박해서 시중에 돈을 풀라는 것이다. 한국은행까지 돈을 푸는데 가세하면 틀림없이 물가가 뛸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서라도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경기를 살려보려고 돈을 풀고 있으니 우리도 한국은행이 나서서 기준금리를 인하해 돈을 풀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경제상황이 우리와 다르다. 미국과 일본 모두 부동산 거품이 터져 경기가 바닥까지 주저앉았다. 기준금리를 0%수준까지 내려도 주저앉은 경제는 꿈쩍을 않는다. 하는 수없이 양적완화라는 비상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이 없다.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리 세금을 감면해 주어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집을 사지 않는다. 집값을 올릴 태니 투기를 하라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들은 점점 더 절망 속으로 몰아넣게 되는 부동산투기 정책을 또 시도하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가 얼마나 우리사회를 병들게 했는지, 젊은이들은 꿈을 잃어버렸고 서민들은 희망의 줄을 놓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메말라버린 가난한 자들의 가슴에 소망마저 없다면 죽은 자나 다름없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이 뼈들은 이스라엘 온 족속이라 그들이 이르기를 우리의 뼈들이 말랐고 우리의 소망이 없어졌으니 우리는 다 멸절되었다 하느니라”(겔 37:1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