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소망(所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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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癸巳年) 소망(所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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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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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 공동체

하늘 아래 새 것은 없음에도 우린 새 것을 좋아한다. 새 것을 구입하자마자 헌 것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 것에 집착한다. Happy New Year! 새해를 맞이하며 목소리를 높여 인사하면서, 새(new)는 곧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어제와 같은 내일이 될 것을 알면서도 새 날을 기다린다. 새 날, 새해를 새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가? 마음이다. 하늘 아래 새 것은 없음에도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바뀐 마음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마음이 빚어내는 신비라 하겠다. 싫던 것이 좋게 되고, 밉던 것이 사랑스러워지고, 못난 것이 아름답게 되며, 쓸모없다고 여기던 것이 유용해지는 변화에 마음의 바뀜이 있다.

토지의 박경리의 유작 시 “마음”을 새 해에 마음으로 읽어본다. “마음 바르게 서면 / 세상이 다 보인다 / 빨아서 풀 먹인 모시적삼같이 / 사물이 싱그럽다 //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 진실은 눈멀고 / 해와 달이 없는 벌판 / 세상은 캄캄해 질 것이다 //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 무간지옥이 따로 없다 /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좇는 자 /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마음 바르게 서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상식적인 세상, 자연스러움, “그래, 그렇지!” 누구나 인정하는 질서, 공감의 공간이 넓혀지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비단 세상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의 소망을 말하기 전에, 지난 해 우리는 어떠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2012년을 어떻게 평할까? ‘아닐 비(非)’자가 활개 친 한 해라고 하겠다. 비복음(非福音)이 교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교회가 세속화되었다. 대형교회의 부정 비리(非理), 성직자의 추한 성적 비행(非行), WCC 총회를 앞두고 벌이는 비겁한 기싸움, 감투다툼으로 듣는 끝없는 비난, 어처구니없고 한심스러운 행태에 실망스럽기만 했던 해가 아니었을까? 죄로 얼룩진 지난 해였다. ‘죄(罪)’자는 ‘그물 망(罒)’변에 “아닐 비(非)”자이다.

그물(罒)에 아닌(非) 것을 담으면 죄(罪)가 된다는 뜻이다. 사람 낚는 어부의 그물이 재물이나 담으려 하고, 명예와 권력을 담고자 하는 것이 죄라는 말이다. 박경리는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좇는 자가 세상에 피비린내를 풍기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닌 것(非)이 마음(心)에 박히니(悲) 비참(悲慘)하고 비탄(悲嘆)에 빠진다. 지난해를 돌아보니 그랬다.

이제 2013년이 시작된다. 계사(癸巳)년, 뱀의 해이다. 최재천 교수는 동물의 장기 중 곧은 창자를 지닌 동물이 뱀이란다. 사람은 겉보기에는 꼿꼿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온통 구불텅 꼬불꼬불하여 겉과 속이 다른 동물이란다. 오히려 뱀이 겉과 속이 같은 동물이란다. 그래서 ‘곧기는 뱀의 창자’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몸만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존재다. 그래서 온갖 비(非)를 만들어 낸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사람, 입으로 간을 빼줄 것 같지만 벼룩 간이라도 빼먹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만든 세상이므로 가치가 전도되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고, 주먹이 법보다 가깝고, 꿩 잡는 것이 매라고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하여 욕심을 채운다.

계사년의 소망은 한국교회가 죄(罪)를 회개하고, 교회 안과 세상에 가득 채워진 아닌 것(非)들을 제거하는 해이기를 바란다. 세상에 깃든 아닌 것들을 때를 벗기듯 제거하면, 깨끗한 세상이 된다. 비상식이 상식으로, 비난이 사라진 자리에 칭찬이, 비행이 없어진 곳에 안전이, 비법과 불법을 없애면 법질서가 확립된다.

그물 망(罒)을 바르게 세우면 눈, 눈동자 목(目)이 된다. 그물에 무엇을 담을지 잘 보며(目) 그물을 내려 아닌 것(非)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를 그물에 듬뿍 담는 사람 낚는 어부요 교회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는 요엘의 예언을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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