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한 CCM오디션, 참가자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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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실한 CCM오디션, 참가자 피해 속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2.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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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CM밴드다’ 상금 못줘, ‘스윗캐스트’ 중도 포기

지난해 기독교 문화계에서는 CCM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중 몇몇 문화기획사들은 부실한 준비 속에서 오디션을 무리하게 진행해 막대한 손해를 입거나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본선대회를 치른 한 CCM오디션 기획사 대표가 대회 후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더군다나 이 기획사는 대회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로부터 팀당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참가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오디션은 W뮤즈(대표:엄재훈)가 주최한 ‘나는 CCM밴드다’이다. W뮤즈는 지난해 초 ‘제1회 전국 CCM 밴드 경연대회’를 표방하며 이 대회를 진행했다. 8월부터 참가 신청 접수를 시작해 11월 본선대회까지 장장 4개월여에 걸쳐서 대회를 치렀다.

W뮤즈는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참가자들로부터 고등부 10만 원, 대학생 15만 원, 일반인 20만 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대회 기획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1등 상금은 대상 1천만 원, 금상 5백만 원 등 총 상금이 2천2백만 원이라고 홍보했다. 또한 최종결선 진출팀은 대회 기념 음반제작에 참여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에도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윤효간 등 내로라하는 CCM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W뮤즈측은 대회 취지에 대해 ‘크리스천 밴드 뮤지션들이 조명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CCM 장르의 성장 및 역량 있는 CCM밴드의 발굴을 위해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결선은 지난해 11월 29일 블루스퀘어(한남동)에서 열렸다. 이 결선을 통해 총 13개 팀이 경합을 펼쳤으며, 이중 6개 팀이 수상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대회 한 참가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까지 엄 대표는 자금이 원활하게 순환이 안되 당장 상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며 “새해가 되기 전까지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대회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참가자들은 자비를 들여가며 열정과 시간을 쏟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엄 대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지원팀이 적고 규모가 축소돼 중간에 대회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일단 대회를 마무리 했다”며 “대회 자체를 처음 치렀기 때문에 아무래도 무리한 진행을 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3월까지는 자금을 마련해서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대회가 무산된 사례는 또 있다. 문화기획사 스윗컬쳐(대표:김영진)가 진행한 ‘스윗캐스트’는 본선 경연 하루 전날 대회인 ‘스윗카니발’이 취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유재혁 CCM 칼럼리스트는 “대회 전날 갑자기 행사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나는 CCM밴드다’와 달리 ‘스윗캐스트’는 참가자들로부터 참가비를 받지는 않았다. 스윗컬쳐 김영진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본선 경연인 스윗카니발 행사를 위해 판매한 티켓은 모두 환불해줬다”고 밝혔다. 대회 무산과 관련해서는 “끝까지 하지 못한 것은 중간에 계획했던 재정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재정을 탄탄하게 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독교 문화계에서 펼쳐진 CCM오디션 프로그램만도 여섯 곳에 이른다. 각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교단 문화법인, 문화기획사 등도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동참했다. 이 중 자금력이 있는 방송사들이 진행한 오디션은 무난히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기독교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기독교 문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부풀려진 시장조사와 무리한 대회 진행으로 인해 기독교인 참가자들을 물론 찬양사역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끼리 서바이벌 경쟁을 하듯 참가자와 후원자를 모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실제로 ‘나는 CCM밴드다’에 지원한 밴드는 10여 개 팀에 불과했다.

W뮤즈 엄재훈 대표는 “시장조사에서는 교회 내에 밴드가 많아 지원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고 불찰을 인정했다. 스윗컬쳐 김영진 대표는 “본선 경연 전에 총 15개 팀이 합숙에 참여했다”며 “전체 지원팀 수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두 기획사 모두 오디션 열풍을 타고 1~2년 사이에 급히 만들어졌다.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을 치러낼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본선 경연자 합숙, 맨토 제도, 심사위원 제도 등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을 모방한 것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공신력 있고 신뢰도 높은 기관의 명칭 후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나는 CCM밴드다’의 경우 “서울YMCA와 CBS, 갓피플 등이 후원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참가자들도 후원 기관을 보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YMCA 측은 “대회 취지를 보고 명칭을 후원했던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BS기독교방송 명칭후원 담당자는 “CBS는 명칭을 후원할 때 ‘CBS기독교방송’이라고 표시한다. 아무래도 CBS 명칭이 도용당한 것 같다”며 “W뮤즈라는 단체를 알지 못하며 로고 후원도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두 기획사 모두 올해도 CCM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실한 CCM오디션 프로그램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한 기독교 문화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주최 측은 수상자들을 뽑아놓고 나몰라 하거나, 흥행에 편승해 이익만 챙기고 대안은 없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도 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는데 잘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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