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례식은 물 없는 드라이클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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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례식은 물 없는 드라이클리닝”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1.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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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발전연구원, 세례예식 연구발표회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이성희 목사)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세례예식, 한국 교회 예배 갱신의 핵심’이란 주제로 4차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기연 교수(서울신대 예배학)는 초대교회의 세례예식과 관련된 우물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 사료를 소개하고, 세례 우물의 변천과 그에 따른 신학의 변화, 갱신된 세례와 세례예식 방법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먼저 “근대의 세례식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드라이클리닝과 같다”고 지적하고 “세례 의식은 기독교 영성의 핵심이며, 물에서 나오는 세례의 영성은 초대교회부터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조 교수는 애니타 스타우퍼 박사의 세례탕에 대한 견해를 소개했다. 애니타 박사는 “물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며, 성서에서는 출애굽에서 나타나듯이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는 등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며 “여기에서 물의 양이 중요하며, 예수님도 요단강에서 받은 세례(침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2세기 듀라 유러프수 지역 집 마당에서 발견된 세례우물, 3세기초 시리아 지역의 집안 방에서 나타난 사각형 세례우물, 4세기 초 기독교가 공인된 후 로마에서 지어진 3층 규모의 세례탕 건물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세례탕의 의미는 몸씻음과 죄씻음 즉, 겉을 씻음으로 속(내면)도 씻는다는 것”이라며 “로마의 밀라노 주교인 암브로시우스가 어거스틴에게 세례를 준 곳은 팔각형 세례탕이었다”고 밝혔다. 숫자 8의 의미에 대해서는 “8일째 예수님의 부활이 이뤄졌다. 이는 이 세상의 날이 아닌 저 세상의 날로서 하나님 나라에서의 새 탄생을 의미한다”며 “하나님의 창조도 6일째까지 진행됐고 7일째는 안식일을 지냈다. 8은 하늘나라의 숫자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풍성한 의미를 담은 세례탕은 기독교 역사와 함께 점차 그 크기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1~3세기에는 야외 노천탕, 4~6세기에는 인공적인 탕, 7~9세기에는 유아용 탕, 10~16세기는 작은 크기의 유아용 탕, 17세기는 작은 그릇에 담긴 상징적인 탕 등이 쓰였다. 조 교수는 “19세기 이후 현재 한국 교회는 받침대가 없는 작은 그릇을 사용하고 있다”며 “그나마 남아있던 상징까지도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대 교회가 세례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재발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한국 교회의 세례예식과 세례탕의 축소를 극복하기 위해 세례예비자 교육 강조와 예식의 의미부여, 세례 기념하기 등 일상 신앙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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