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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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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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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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제 목사 (평촌평성교회)

중고교 시절부터 말씀의 은혜를 맛보았던 필자는 고등학교를 마칠 즈음 목회자가 될 결심을 했다.

하지만 목회자가 되더라도 성도들의 삶을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목회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나도 사회생활을 좀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 바로 신학대학을 가지 않고 일반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내가 사회생활을 해야 할 이유가 두 가지로 불었다. 하나는 삶의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르심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당시 내 생각은 만약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아무리 안정과 성공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사역을 향한 내 갈망이 결코 변하지 않으며, 여전히 그 무엇보다 원하고 사모하는지 그것으로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신입 사원 시절 만났던 직장 상사는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스승이다. 그 분은 참으로 독특한 분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 분과의 만남을 감사하고 있다.

흔히 직장 상사들은 실적(수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아래 직원을 채근하거나 격려하기 일쑤인데 그 분은 독특하게도 부하직원인 나에게 내가 다루는 1달러의 의미를 깨우쳐주려고 애를 썼다.

부지런히 각 공장 생산 현장에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그 공정을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거기서 일하는 분들의 삶을 보게 하고 내가 벌어들이는 1불, 내가 해외를 대상으로 포기하지 않고 확보하려고 애쓰는 그 1불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그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알게 했고 애국심을 가지고 세계에 나가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애국심은 그저 피부나 국적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내 뒤에 있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정과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그 가난한 식구들을 위한 책임감 같은 것이었다.

그 분은 처음에는 번영주의에 빠진 기독교에 대한 지독한 비판론자였는데 나중에는 그게 참된 기독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기독교인이 되셨다. 유대교에 열심이던 바울이 회심 후 이번에는 주님을 위해 그렇게도 열심이었듯이, 그 분도 그랬다. 주님을 향해 회심한 후에도 얼마나 본질적인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썼는지 그것은 회사를 퇴사한 후 그 분의 삶에서도 나타난다.

퇴직 후 그 분은 수산물 가공 사업을 했는데 사업을 할 때에도 그런 식이었다. 그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이 어떻게 해서 가치 있는 사업인지, 자신의 사업의 파급 효과는 어떤 것인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사업을 했다. 물론 기업인으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기본 상식 위에 더 깊은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한 동안 회사는 잘 되어 갔다. 그러던 사업이 뜻밖에 태풍 매미에 의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태풍으로 인한 거대한 파도가 바닷가에 있던 그 분의 공장을 덮친 것이다. 그로 인해 한 순간에 설비와 제품과 원료가 다 침수되어 회사는 부도를 맞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갑작스런 부도로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게 되었고 각종 물대를 비롯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런데도 그 누구도 그에게 돈을 달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그런 상황이면 종업원은 임금을 내 놓으라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채권자들은 남보다 먼저 압류하느라 들이닥치고, 숨긴 것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그럴텐데 종업원들 중에 누구도 그 달의 봉급을 달라는 사람이 없었고, 납품업자나 채권자 누구도 그 분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업을 하면서도 늘 검소한 생활을 했고, 자신이 하는 일이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면서 사업한 것임을 종업원들도 알았기에, 그렇게 인격적으로 진심으로 위해 주었던 그 분에게 얼굴을 붉히며 돈을 내어 놓으라고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분은 그 여파로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때로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마음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진심으로 존경하고, 목회 준비 과정으로 시작한 사회생활 중에 그런 분을 만나서 배우게 해 주신 하나님께 지금도 참으로 감사드린다. 그 분이 가르쳐 주신 가르침이 지금도 내 목회와 마음에 어렴풋이 남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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