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의 온정 82년간 이어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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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냄비의 온정 82년간 이어진 곳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1.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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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기획 // 도심 속 기독교 순례길 - ② 구세군회관

새문안교회 - 구세군회관- 정동제일교회 - 이화여고 - 배재학당 - 대한성공회

새문안교회를 등지고 나와 덕수초등학교를 지나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면 고전적인 벽돌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한국 자선 사업의 시초인 구세군의 모태가 된 ‘구세군회관’이다. 지난 1928년부터 추운 겨울이 되면 거리에서 종을 울리며 사람들의 이웃에 대한 마음을 깨운 구세군 자선냄비가 여기에서 시작됐다.
신고전주의 르네상스 건축양식을 간직한 구세군 중앙회관 건물은 1928년부터 1985년까지 구세군 사관학교로 사용됐다.

벽돌로 쌓은 외관과 중앙 현관 4개의 기둥은 좌우 대칭의 균형미를 통해 당당하고 멋스런 구세군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세군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08년. 건물은 1928년 구세군 대장 브램웰 부스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지어졌다.
연면적 510평의 고전적인 형태의 건물은 건립 당시 서울의 10대 건물로 꼽힐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건립 당시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특별시는 지난 2002년 기념물 제20호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구세군 본관에는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거치면서도 지켜진 한국 구세군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 구세군 중앙회관 1층 왼편에는 ‘구세군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박물관 안에는 구세군 창시자 윌리엄 부스의 사역과 한국에 들어온 구세군의 역사와 활동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현존하는 최고령 자선냄비를 비롯해 구세군 제복의 변천사, 국내 선교 및 구제 활동과 구세군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한국 구세군 초기 그리스도의 보혈과 성령의 불, 성결의 삶을 상징하는 군기가 걸려있어, 역사와 위용을 잘 보여준다. 박물관은 매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미리 연락하면 담당 사관에게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중앙회관 1층 오른편은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정동 갤러리’를 준비 중에 있다.
중앙회관 오른쪽 건물은 한국 구세군 최초의 교회인 구세군서울제일교회다. 이 교회는 1908년 11월 11일 ‘흥화 경매소’ 건물을 인수해 시작된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한국 구세군의 장자교회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 구세군 선교 초기인 1930년대 광화문 일대에서 거리전도에 사용됐던 ‘복음의 나팔’,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1950년대 신문로 예배당에서 사용됐던 ‘신문로 풍금’, 현 예배당 신축 후인 1980년대 사용된 ‘정동 콘드라베이스’ 등의 악기가 전시돼 있다.

또 1950년 8월 23일 납북돼 순교한 김삼석 사관(서대문영문 35대 담임)의 기념판이 기둥에 걸려있다. 1950년대 실제 사용됐던 예배용 장의자에 앉아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2008년 11월 11일에 봉인된 구세군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도 전시돼 있다.

10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 구세군의 흔적들은 덕수궁 돌담길과 어우러져 근현대사 격변의 한 장면을 잘 대변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종을 울렸던 구세군의 자선냄비의 계절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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