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둘레 말고 도심 속 기독교 순례길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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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둘레 말고 도심 속 기독교 순례길 어때요?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1.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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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기획 ① ‘한국의 어머니 교회’ 새문안교회

새문안교회·구세군회관·정동제일교회·이화여고·배재학당·대한성공회

바야흐로 산책이 대세다.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말을 맞아 도심을 떠나 기분을 전환하는 현대인들이 급증하면서 산책길 걷기여행 코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 현무암 돌담길의 특색을 살린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을 오르며 주변 경관을 느낄 수 있도록 꾸민 ‘지리산 둘레길’,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 조상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길을 복원한 ‘남해 지겟길’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무등산 옛길, 충남 연가길, 경기 남한산성길 등 등산코스와 연계한 산책길이 팍팍한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 도심에서 가볍게 느낄 수 있는 기독교 역사 유적지와 박물관 등을 연결하는 ‘도심 속 기독교 순례길’을 발굴해 연재하기로 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덕수궁 둘레를 돌아 만날 수 있는 기독교 역사 유적들을 모았다.     <편집자 주>

▲ 새문안의 종.
복잡한 서울 도심 속 곳곳에는 근대화 초기 개신교 선교의 역사가 알알이 숨어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출발해 정동, 서대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3분정도 걸으면 오른편에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887년 9월 27일 저녁 서울 정동의 한 한옥에서 언더우드 선교사가 14명의 성도가 모인 가운데 장로 두 명을 선임하면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가 됐다. 창립 당시 교회 이름은 정동장로교회. 옛 한양 도성의 서쪽 큰문을 서대문 또는 새문으로 부른데서 새문안교회의 이름이 유래했다.

정동 13번지에 있던 교회가 지금의 교회터로 옮긴 것은 1907년. 지금 눈으로 볼 수 있는 교회당은 1972년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손인 건축가 이구 씨가 설계한 것으로, 전통 완자무늬를 가미한 한국적 모더니즘 양식을 채택했다.

▲ 언더우드 선교사 기념비.
교회를 향해 굽어진 고풍스런 나무를 돌아 교회 안으로 진입하면 본관 왼편에 전시된 청녹이 슨 옛 종을 만날 수 있다. 과거 1953년부터 1973년까지 종탑예배당에 설치되었던 것으로 ‘새문안의 종’으로 불린다.
새문안의 종은 원한경 목사(언더우드 선교사의 장남)가 해방 이후 한국을 찾아 기증했다. 1950년 봄 부산항에 들어왔으나, 6.25 전쟁 발발로 분실되었던 것을 1953년 부산의 한 창고에서 발견해 1971년까지 사용됐다.

본관 왼편에 위치한 별관 뜰에는 1927년 9월 21일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언더우드 선교사(한국명:원우두)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세운 기념비가 있다. 그 옆에는 3대 목사로 부임해 한국전쟁 중 납북돼 순교한 김영주 목사 기념비를 볼 수 있다.

▲ 별관 4층에 마련된 교회사료관.
또 별관 4층에 마련된 교회사료관에서는 교회 110여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유물과 사료 39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언더우드 목사 서한(1888~1900년대), 새문안 교우 문답책(1907~32), 교회일지와 제직회록(1914~28), 교인 성명부 등이 함께 전시됐다. 또 교회 모형과 각종 표지석 등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은 교회의 주요 기능인 교육, 선교, 찬양대, 교회창립행사, 사회봉사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사료관으로 연락하면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교회를 등지고 나오는 길, 처음에는 미쳐 다 보지 못했던 줄기가 굴곡져 결기 서린 나무가 눈에 들어와 박힌다. 굴곡진 한국 선교역사를 고스란히 엿본 이 나무는 1910년 언더우드 목사가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1885년 한국에 온 첫 장로교 선교사인 언더우드는 그해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남겼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심으셨습니다. (중략)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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