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투성이 감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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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투성이 감리교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10.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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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감독회장 사태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지켜본 기자로서, 그리고 감리교를 사랑하는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처럼 황당하고 얼굴이 붉어진 적이 없었다. 고수철 목사에 이어 강흥복 목사까지 벌써 두 명의 감독회장이 직무 정지를 당했다.

법원이 감독회장 선출과 관련해 진행됐던 행정 절차들에 대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했다. ‘하자’라는 단어만 8번 이상 등장했다. ‘자격이 없다’, ‘부적법하다’, ‘인정할 수 없다’, ‘볼 수 없다’는 등의 단어까지 포함하면 10번이 넘는다.

나름대로 꼼꼼하게 변호사 자문도 구하면서 법리를 따져 진행했건만 법원은 하자가 있다고 보았다. 법적인 하자로 지적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부분을 지적당했다. 결정문을 확인하는 기자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법원은 조목조목 법적인 하자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고수철 목사에게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랬고, 우편 투표를 진행한 것도 그랬고, 입후보자 등록 장소를 변경한 것 등 많은 부분이 중대한 하자였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본부가 막무가내식의 행정 처리를 한 것도 아닐 텐데 여기저기 법적인 허점을 드러내는 하자투성이로 보았다는 것은 감리교 내부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법적인 지적이다.

이제 법원의 시각으로 보면 감리교는 ‘하자투성이 종교기관’이다. 감리교가 떳떳해 지려면, 그리고 대립하고 있는 반대 세력을 이기려면 법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감리교 구성원들 중 침묵하는 다수가 지금껏 감리교 본부의 입장과 결정을 지지했던 것은 법적 정당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급해도 법적 절차를 따르는 길밖에 없다. 감독회장을 서둘러 선출하기 위해 서둘렀던 법적 허점을 법원은 지적했다. 무리수가 결국 오늘의 화를 부른 것이다.

감리교, 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 “법을 지키며 정도를 걷는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법원은 “그것은 법이 아니다”고 되받아쳤다. ‘내 입맛에 맞는 해석’이 아니라, ‘교리와 장정이 말하는 대로’ 해야 된다. 법원도 본부가 교리와 장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세상 법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교리와 장정대로’를 내세웠던 본부가 결국 교리와 장정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기는 길은 법뿐이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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