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양성평등, ‘아직 멀고 험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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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양성평등, ‘아직 멀고 험한 길’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10.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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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총회공대위, ‘여성의 눈으로 본 교단총회’ 참관결과 발표

“한국 교회의 공적 사역 안에 여성 차별의 현실이 엄존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기독교계의 부끄러운 현실을 똑똑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회 내의 ‘양성평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이하 교단총회공대위)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명동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각 교단이 개최한 ‘2010 정기총회’의 참관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3년간 ‘여성의 눈으로 본 교단총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교단총회공대위는 예장 합동, 통합, 고신, 기장 등 4개 교단 총회를 참관하며 ‘양성평등’의 실현 여부를 평가했다.

하지만 교단 총회 내에서의 ‘양성평등’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총대 구성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 목사 및 장로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합동과 고신총회는 여성 총대가 전혀 없었으며, 통합은 전체 등록인원 1,500명 가운데 9명(0.6%), 기장은 등록인원 724명 중 20명(2.8%)만이 여성 총대였다.

또한 통합의 경우 지난해 12명보다 여성 총대가 다소 줄었으며, 기장은 20명으로 지난해 16명보다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각 교단 총대 자격에서의 ‘양성 평등’의 길은 매우 먼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4개 교단 중 기장만이 양성평등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었다.

특히 총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위상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즉 여성 총대가 있고 없음을 떠나 각 교단 총회에서의 여성들은 대화장 안팎에서 회의 진행을 보조하는 위치로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참관결과를 발표한 김애희 실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예장 통합의 경우 지용수 직전 총회장이 시무하고 있는 양곡교회 성도 350여 명이 총회 기간 중 각종 봉사를 도맡았다”며 “각 층 엘리베이터마다 획일화된 정장차림을 한 여성 봉사자들이 상주하며 남성 총대들의 이동을 안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고신 및 기장도 마찬가지였다. 규모가 작을 뿐 한복과 같은 통일된 복장을 갖추고 식당봉사와 음료수 제공 봉사를 맡았다”며 “한국 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지위가 얼마나 열악한 수준이라는 것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를 참관했던 한신대 신대원 정찬경씨는 “여성의 소외와 배제, 그리고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총회였다”며 “사회 변화에 발맞춰 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교회가 먼저 변화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교회의 수준을 확인하면서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교단총회공대위는 이번 총회 모니터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각 교단에게 △교단 내 여성 참여비율을 조사하고, 성별 구분한 통계자료를 제시 △총회 안건 중 여성관련 의제 논의에서의 여성들의 목소리 반영 △여성 역할의 획일화에 대한 제고 △의사결정에서의 여성 참여 간구 △예배나 회의에 있어 양성평등적 언어 사용 고려 등의 공통과제를 수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오는 2012년까지 노회, 3년 차에는 개별교회에 이르기까지 ‘양성평등’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참여단체를 확대시키며, ‘양성평등교육을 위한 워크북’을 발행해 교회 내 여성으로서의 주체성 회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교회 여성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양성평등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교단총회공대위 공동대표인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한국 교회가 ‘양성평등’ 실현의 문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한국 교회를 변화시키는 좋은 외침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조 발제를 진행한 이숙진 교수(성공회대)는 “여성의 창의력이나 지도력, 각자의 은사가 여성이란 생물학적인 조건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식고양과 더불어 실질적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프로그램과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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