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정관 대 시행세칙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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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정관 대 시행세칙 무엇이 문제인가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7.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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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 해석 두고 실행위원회 양분... 불신임안 상정 위기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시행세칙도 원안 복귀 타당 설득력 얻어

정관 개정을 둘러싼 한기총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20일 제21-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운영세칙과 선거관리위원회 규정 수정부분에 대한 보고를 시도했지만 실행위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논란의 내용은 지난 5월25일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되고 6월24일 임시총회에 상정된 한기총 개혁안의 일환인 정관과 시행세칙 처리의 건이었다. 지난 5월 실행위원회에서는 개정된 정관과 시행세칙, 선관위 규정 등 한기총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법안 전체를 다뤘다. 그리고 실행위원들의 허락으로 통과된 안건을 임시총회에 상정했다. 그런데 임시총회에서는 실행위가 올린 정관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한기총 21년 역사상 실행위원회가 올린 안건을 총회가 부결시킨 경우는 처음이었다.

당시 총대들은 “개혁이라기 보다 개악에 가깝다”며 “대표회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고 특정 의도가 엿보인다”며 정관을 부결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된 듯 했지만 지난 20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정관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정관 부결로 하위법인 시행세칙과 선관위 규정도 부결됐다는 주장과 세칙은 실행위원회 통과로 이미 결정된 것으로 상위법과 상충되는 부분만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부딪힌 것이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정관 43조에 보면 운영세칙 및 제반규정 제정 및 개정은 실행위원회에서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을 가결된다고 되어 있으므로 이미 가결된 것이고 임시총회는 정관만 부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세칙과 선관위 규정 중 정관과 상충되는 부분만 무효가 되고 나머지는 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전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모든 것이 정관과 연결되어 있다. 헌법을 고칠 때 보고사항으로 고칠 수 있느냐. 법은 한 글자로 함부로 고칠 수 없다. 모법이 부결됐으면 하위법인 세칙도 부결된 것이지 자구수정을 해서 보고사항으로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찬성과 반대로 양분된 실행위원들은 2시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고 이광선 대표회장은 “모순이 있어도 정관대로 하면 이 시행세칙은 유효한 것이며 보고 안 해도 될 일을 몇 가지 추가 부분이 있어서 보고한 것 일뿐”이라며 유효함을 강조하고 폐회 동의를 해버렸다.

갑작스런 폐회에 당황한 실행위원들은 긴급히 회의를 이어가며 대표회장과 문원순 서기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키로 결정했다. 대표회장 불신임안 역시 한기총 역사상 처음 논의된 것이다.

# 법리 해석 어떻게 해야 하나

이광선 대표회장의 주장대로 정관에 나와 있는 문구는 분명 실행위원회가 시행세칙 개정권한을 갖고 있다.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된 시행세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그 뿐이다. 그런데 당시 실행위원회에서는 정관과 시행세칙을 따로 상정하지 않았다. 정관내용을 바탕으로 수정된 시행세칙까지 묶어서 다뤘다. 임시총회에도 정관만 상정하지 않았다. 시행세칙과 선관위 규정까지 모두 포함된 ‘통 정관’을 공개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 총대들이 부결시킨 정관은 정관과 시행세칙, 선관위 규정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었다.

시행세칙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관 개정을 염두하고 수정한 것이므로 사실상 모법 부결에 따라 세칙도 부결처리 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임시총회가 끝날 때쯤 이경원 부서기는 “상위법인 정관부결에 따라 하위법인 세칙 내용도 모두 부결됐다”고 총대들에게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회장과 일부 지지측이 세칙을 고수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상 세칙에 더 많은 수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회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총무협의회에 의결권을 주고, 직원의 임면권 등을 갖는 내용이 모두 세칙에 들어 있었다. 정관 부결로 세칙이라도  고수해야만 ‘면’이 서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위법 우선의 법칙

이광선 대표회장은 “보고는 보고대로 받으라”고 강조했다. “이의가 있다면 임원회 절차 거쳐서 실행위에 다시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한마디로 법리 해석을 두고 팽팽한 대립이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법적으로 깊숙이 따지고 들어가면 이광선 대표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법률 적용 우선순위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과 신법우선의 원틱, 특별법 우선의 원칙으로 분류된다.

한기총의 경우 상위법 우선 원칙에 따라 사실상 하위법인 세칙도 그 힘을 잃는다고 할 수 있다. 하위법은 상위법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상위법과 하위법의 내용이 상충될 경우에 대한 해석도 있다. 법률 해석은 상위법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상충되는 경우 상위법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또 정관 중 하나라도 불법적인 것이 있다면 그 정관 자체는 실효성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관은 시행세칙을 모두 포함한 것을 뜻한다.

이러한 법률 해석대로라면 한기총 세칙은 정관 부결에 따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위법과 상충되는 부분을 수정했다고 하더라도 상위법의 개정을 전제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시행세칙 고수를 주장하는 측과 원안과 함께 폐기됐다는 측의 대립은 아직도 팽팽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용규 목사의 말처럼 “한기총 21년 역사 중 최고로 혼란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실행위원은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보다 화합과 일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소신도 중요하지만 대의를 위해 “함께 가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며 “갈등보다 화합을 선택하는 대표회장이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광선 대표회장은 "법적 검토를 받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의 뜻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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