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아니면 대형 교회 담임은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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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아니면 대형 교회 담임은 꿈인가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0.06.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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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교회 세대교체 바람

대형 교회 세대교체, 유학파 바람 거세
목회비전 공유하는 구조적 시스템 마련해야

최근 후임 목회자를 결정한 지구촌교회, 할렐루야교회, 두레교회. 해외 유학파 목회자들로 후임을 결정했다. 그 면면들은 외국에서 유학했거나 외국 유학을 거쳐 현지에서 목회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미 세대교체를 이룬 교회들의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들 모두 해외 유학파 목회자들이 부임해 있다.

여기에 더해 교단 교류의 범주를 넘어 ‘교단 파괴’로 불릴 정도로 교단에 집착하지 않는 것 또한 함께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 예장 통합측 두레교회 후임으로 결정된 이문장 교수가 총신대 신학대학원 출신인 것이 그렇고, 침례교인 지구촌교회로 예정된 진재혁 목사가 예장 합동인 것도 그렇다.

통합측 서울교회와 합신측 호산나교회도 타 교단 목회자를 후임으로 거론하고 있거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현상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후임 목회자 청빙에 형성되는 해외 유학파 우대와 교단 파괴 분위기를 바라보는 국내 목회자들은 허탈하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검증된 목회자라 해도 ‘국내파’라는 명함으로는 대형 교회로부터의 청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파장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크다. 7년 동안의 부목사 생활을 거쳐 천여 명 규모의 서울 모 교회에 담임으로 부임한 김상진 목사(가명. 43세). 교단 내에서는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는 목회자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최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꿈을 잃게 될까 두렵다”는 말로 심정을 표현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실력을 갖춘 목회자들 중 대부분은 이른바 대형 교회로의 청빙을 염두에 두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을 꺼낸 김 목사는,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이런 꿈과 의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유학파 목사가 아니면 국내 중대형 교회 담임 목사로 청빙 받을 수 없게 된 것일까. 그리고 개 교회들이 국내파 보다는 해외 유학파 목회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한국 교회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이런 현상을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를 운영해 나가려면 해외에서 쌓은 풍부한 목회 노하우와 문화적 다양성을 한국 목회에 적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교인들의 의식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좁은 바닥(?)에서 쉽게 노출돼 버리는 한국 교회 목사들의 생활과 이로 인한 공개된 평가는 국내 목회자들의 청빙을 꺼리게 하는 이유 중 한 몫을 한다고 지적했다.

담임 목사를 떠나보내야 하는 교회의 심정은 어떨까. 할렐루야교회의 청빙을 받은 김승욱 목사가 시무하던 남가주사랑의교회. 청빙 사실이 알려지자 장로 3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청빙 요청을 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도 성장하고 있고 할 일도 많은 목회자이며 그래서 더 필요한 목회자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다고 청빙된 유학파 목회자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청빙 이후 목회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목회자들이 상당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국내파 목회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리더십 형성에 실패해 결국 다시 짐을 싸게 되는 유학파 목회자들이 허다한 상황에서 굳이 해외파 목회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를 보는 국내 목회자들의 볼멘 지적이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은 물론 성도들 또한 해외 유학파 목회자들에 대한 교회들의 선호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서로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만 결국 필요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조성돈 교수는 이런 현상을 뛰어넘기 위해 “국내에서 후임 목회자들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호흡하면서 비전을 공유하게 하는 구조적인 시스템과 이에 대한 지원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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