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흥행코드 부상, 제동장치 없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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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흥행코드 부상, 제동장치 없는 질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5.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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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권위 앞세운 대응 반감 불러...기독교적 담론 제시해야

한국 사회에서 터부시 됐던 ‘동성애’ 문제가 드라마의 본격적인 소재로 안방에 들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11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루면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동성애 소재 ‘터부’에서 ‘흥행코드’로

이른바 ‘동성애 코드’는 사회, 문화적으로 벽이 허물어지고 개방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일부 드라마 소재로 다뤄져왔다. 그러던 중 2005년 영화 ‘왕의남자’가 광대를 사랑하는 왕을 소재로 동성애를 다뤄 흥행을 일으켰다.

‘왕의남자’의 흥행은 당시에도 금기를 깬 충격과 논란을 일으켰지만, 완성도 높은 연출과 작품성 덕분에 비판을 피했다. 이후 동성애는 2006년 ‘후회하지 않아’, 2008년 ‘쌍화점’ 등을 통해 실험적 수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영화 소재로 꾸준히 다뤄져 왔다.

공중파 TV드라마의 경우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등은 여자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등장해 동성애 논란을 비켜갔다. 두 드라마 모두 큰 인기를 모았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 역시 동성애 코드가 반영됐다.

이처럼 동성애 코드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자, 지상파 TV 드라마에서 본격적인 소재로 등장한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최근 방송분에는 동성인 태섭(송창의 분)과 경수(이상우 분) 간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사회적 ‘금기’를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노골적인 동성애 묘사 제동장치 없어

과거 드라마들이 동성애자로 위장하거나 남장여자 형식을 취해 동성애 문제를 조심스럽게 우회적으로 접근했다면, ‘인생은 아름다워’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그 파장이 더욱 크다.

동성애 코드 드라마와 관련 강진구 교수(고신대 영상컨텐츠선교학)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병인지 성적 기호인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다”며 “공익적인 역할을 해야 할 공중파에서 이것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연령대 등급을 구분하는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의 경우 여과장치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강 교수는 “TV는 청소년관람불가 표시를 해도 미성년자들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시청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동성애 장면을 노골적으로 담은 드라마는 성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의견이 62.8%로 나타났다. 아무런 브레이크 없이 계속되고 있는 ‘동성애 코드’ 흥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담론도 부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성애 코드 드라마 역시,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업화된 사회적 배경 속에 도덕적, 정신적 기준을 제시해야 할 종교계조차 담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13일 논평을 통해 “상업방송의 지나친 상업성이 사회공익을 해치는 것도 심히 염려할 수밖에 없다”며 흥행을 목적으로 사회적 가치관을 흔드는 행위를 비판하고 “동성애를 보편화하고,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분명 건강치 못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종교계의 비판은 윤리적 태도만 견지할 뿐 토론과 소통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동성애는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안 되는가’에 대한 대답이 없다는 것이다.

강진구 교수는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동성애 문화에 대해 현실에 부합한 설명을 해야 할 단계가 왔다”고 말했다. 도덕적 우위에 서서 단순히 지도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소통하고 동성애 문제를 공론화해 판단 기준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동성애 드라마 게시판에 잇따르는 기독교 비판글도 맥을 같이 한다. 교회 내에서 충분한 소통과 토론을 통한 담론 없이 칼을 들고 나서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는 지적이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적 해답과 담론을 통해 부도덕한 삶에 무감각해진 시류에 제동을 거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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