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말에 행복한 그리스도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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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말에 행복한 그리스도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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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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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목사<의왕중앙교회>


행운과 행복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취하는가. 버겁게 달려온 2009년이 몇 날 남았다. 이제 시간으로 계산해도 어렵지 않을 만큼, 아쉬운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짧을 듯한 시간을 남겨두었다.

살며 지나온 세월까지는 아니라도 2009년 한 해 동안 나는 진정 행복했는가를 생각한다.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며 한 해를 지냈는가를 생각하면 순간순간은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그리 독특하게 기억되고, 이것이라고 붙잡을 만한 것이 없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떼어 내면서도 허전함이 몰려와 긴 숨을 들이마셨었는데, 이제 금년의 마지막 날을 며칠 앞두고는 허옇게 된 내 머리와 세월이 오버랩 되는 것을 작년에는 겪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2009년을 살았다. 진정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었든지, 이름만 그리스도인이었을 지라도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교회를 중심으로, 성경말씀을 옆구리에 끼고, 거룩한 송영과 찬송을 부르면서, 때로는 습관처럼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절규도 하면서 기독교인으로 한해를 살았다.

오늘의 성탄절 모습이 진정한 성탄의 모습과 상거(相距)가 먼 것처럼,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과는 사실 저만큼 멀리 있을 지라도, 하여튼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말 저말도 하고, 충분하지 못한 고민도 하고, 의로운 혈기(?)로 핏대를 세우며 살(?)같이 빠른 세월을 보내고 허전해 하며, 비 그리스도인들보다도 더 허망한 모습으로 이 시점에 섰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무한대로 공급하시는 행복을 무노동으로 무제한 주시는 만나를 지겨워하며 신물 난 듯이 원망으로 바꾸었던 그 사람들처럼 그분이 함께 하시므로 무제한의 행복이 신물 날 즈음, 불확실한 파랑새의 행운을 찾아 뭔가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을 찾아 나서는 우리들의 정처 없는 모습 앞에 허전함의 한기를 경험하는 것이리라.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추구하는 목표가 이상해져만 갔다. 주님을 부르지만 주님 때문에 주님을 찾지 않고, 강단 앞에 예물을 드리고, 이런저런 봉사를 하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댓글처럼 이유가 따랐다.

큰 건물, 많은 교인, 엄청난 행사 프로그램 등등이 오늘 교회의 자랑이 되면서 나는 늘 주눅 들었고, 그분과 상관없이 언제나 부끄럽고, 실패한 것 같은 자괴감이 피곤에 지쳐 쳐진 어깨의 뻐근함처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이 해를 보내면서 모처럼의 행운을 찾아 허덕이며 허기진 교회가 아니라 언제나처럼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하심의 행복을 회복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충만한 행복이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워 따뜻하게 하고, 가정을, 교회를 행복으로 가득 채우면 세상이 온통 그분으로 인하여 행복해 질 것을…, 행복한 그리스도인, 행복한 가정, 행복한 교회가 진정 세말의 선물일 것이고 성탄의 불을 밝히는 트리가 아닐까?

사실 명예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부와 재물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못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그 없던 시절, 나일론 양말 한 켤레가 한 겨울동안을 행복하게 하고, 부엌 아궁이에서 구워낸 고구마 하나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작지만 소중하고, 초라하지만 행복했던 경험들을 뒤로하고,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불빛과 오색 창연한 성탄트리 앞에서도 성탄의 주인을 잃어버리듯, 넘치는 풍요와 고급스러움의 현장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며 확률 없는 행운을 찾아 살벌한 인생을 사는 것은 어인일인가.

작지만 진실하고, 초라하지만 따뜻하며, 오늘을 허황됨이 아니라 알뜰히 준비하는 내일을 복되게 엮어가는 행복한 세말을 맞는 우리 복음 안에의 형제자매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조금 더 가지려고 비틀고, 고함지르고, 끌어내리고, 인격과 삶에 생채기를 내면서 권모술수를 쓰지 않으며, 아등바등하지 않고, 오히려 있는 것을 나누어 깊은 정을 쌓고, 하나 둘씩 모으고 성실히 살아 행복을 누리고, 행복을 지키면서 감사의 노래가 있고, 소망의 찬양이 있는 우리네 가슴이었으면 참 좋겠다.

행운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한 그리스도인, 내일도 내년도 우리 가운데 임마누엘하실 그분으로 인하여 행복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기를 소망하며 말씀위에 2010년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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