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종과 나병 환자 치유 이야기; ‘사례’를 잃어버린 까닭
이후 누가복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잇달아 소개된다. 하나는 무익한 종의 비유(눅 17:7-10)로 알려진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열 명의 나병환자의 치유(눅 17:11-19)이다. 외견상 두 이야기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주목할 때 “사례”(감사)라는 말이 두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이 발견된다(눅 17:9, 16). 물론 문자적으로 하나는 명사(charis, 9절), 다른 하나는 동사(eucharisteo, 16절)로서 동일한 단어는 아니나, 그 어근이 같음으로 한글 개역에서는 같은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 과연 저자 누가는 성령의 감동을 입어 두 다른 이야기에서 같은 어근의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였던 것일까?
첫 번째 무익한 종의 비유는 어떤 하인이 양을 치거나 밭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당일 그에게 할당된 업무를 다 이행하고 귀가하였을 때 편히 앉아 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주인의 식사수발과도 같은 의무를 수행해야만 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비유는 종이 위탁 받은 모든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다 하여 그에 상응한 보수나 대가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눅 17:9).
두 번째 나병환자 치유 이야기는 열 명의 나병환자가 예수님의 기적적인 치유사역을 통하여 제사장에게 가는 동안 그 질병이 나음을 입었으나, 그 중 오직 한 명의 이방인, 즉 사마리아 사람만이 돌아와 감사하였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눅 17:16-17). 이 사실을 안 주님이 탄식하며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18절)고 물으신 것은 나머지 아홉 명의 나병환자 역시 돌아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마땅함을 가리킨다.
이제 이 두 이야기를 “사례”(감사)란 catch word를 통하여 연결시켜 이해할 때, 우리는 다음의 교훈을 얻게 된다. 종으로서 성도가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해 행한 일에 대하여 하나님은 사람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지만, 다시 말하면 그 일들은 모두 당연한 일로써 그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사랑하는 백성을 위해 행하신 모든 일에 대하여 사람은 반드시 감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를 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우리가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한 일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대가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들에 대하여는 감사를 잃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