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32) 열두제자의 파송 - 공관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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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32) 열두제자의 파송 - 공관복음
  • 승인 2005.10.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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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10장은 주님이 열 두 제자를 파송하며 선포한 설교로서, 일명 ‘파송 설교’라고 부른다. 마태, 마가복음에는 주님의 지상 사역 중 한 번의 파송이 기록되어 있는 반면, 누가복음에는 70명 제자의 파송이 한 번 더 등장한다. 여기서 70명은 누가복음 22장 35절을 근거로 할 때 12명의 사도들을 포함한 수자(數字)라고 여겨진다(참고, 눅 9:3, 10:4).


마태복음의 파송 설교 기사는 공관복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건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주님이 열 두 제자를 선택한 후 얼마간 시간이 경과한 후 파송하는데 반해, 마태복음에서는 선택하자마자 이내 파송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열 두 제자 선택(마가 → 3:13-19; 누가 → 6:12-16), 전도 파송(마가 → 6:7-13; 누가 → 9:1-6). 그러나 마태의 경우 10장에서(마 10:1-42) 선택과 파송이 동시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차이점이 나타나는데, 마태복음의 파송 기사에는 주님의 파송 설교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지 정작 있어야 할 제자들의 실제 파송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0장 5절에서 파송한다는 언급이 나오기는 하지만(“예수께서 이 열 둘을 내어보내시며 명하여 가라사대 …”), 정작 설교가 끝난 후, 마가, 누가복음처럼 그들이 나가서 전도하고 활동하였다는 기록은 전혀 없는 것이다. 나간 기록이 없기 때문에, 마가, 누가복음에 기록된 제자들의 활동 보고 역시 마태복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참고, 막 6:30; 눅 9:10). 한 마디로, 마태복음에서 열 두 제자들은 주님의 지상 사역 기간 동안 파송되어 나간 적이 없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공관복음을 연구할 때 직면하게 되는 진지한 문제 중 하나이다. 분명한 것은 마태복음의 기록이 마가, 누가복음과 다르다 하여 이를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런 마태복음의 ‘틀린’ 것이 아닌 ‘다른’ 묘사는 파송 사건에 대한 마태의 신학적 해석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이곳만이 아니라 공관복음의 모든 차이점의 해결을 위한 일반적 원칙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면 왜 마태는 제자들의 실제 파송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마태 공동체가 속한 사회적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써 회당(유대교)과의 갈등으로 인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여 보다 교육(敎育)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풀어 설명하면, 마태복음에서 제자들은 복음서의 마지막, 즉 주님이 승천할 때 비로소 파송을 명(命) 받는데(마 28:18-20;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 그렇다면 열 두 제자들은 최후의 파송 때까지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 계속하여 주님에게서 배우고 훈련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계속하여 배우고 학습하며 훈련받는 모습은 목하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마태 공동체의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는 것으로써, 결국 저자 마태는 타 복음서와 차별되는 해석을 통하여 그 신앙공동체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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