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레위 마태-마태복음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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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레위 마태-마태복음의 저자
  • 승인 2005.10.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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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진보 측 신학자들은 복음서 저자 문제에 있어서 익명(匿名)을 주장한다. 물론 발신인과 수신인이 분명한 서신서들과 비교할 때(참고, 롬 1:1, 7) 복음서의 저자는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마태복음의 경우는 다른 복음서와 비교할 때 분명히 차이가 난다.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에 의하면(막 2:13~14) 예수께서는 바닷가에서 나가서 세관에 앉아 있던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부른다. 그러나 정작 열두 제자의 목록에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는 없고, 대신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마태가 있을 뿐이다(막 3:18). 이것은 누가복음 역시 마찬가지다(눅 5:27~28, 6:15). 그렇다면 마가복음 혹은 누가복음만 받아 읽은 이들은 세리 레위와 사도 마태를 연결시킬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태복음에 와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마태는 그 부름 기사에서 레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마태’라는 이름을 적고 있다(마 9:9).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열두 사도의 목록에서는 마태라는 이름 앞에 ‘세리’라는 직업명을 함께 적고 있다(10:3). 이것은 최초의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을 읽을 때 혹 있을 수 있는 오해의 여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바로 이런 조치는 저자가 마태임을 시사하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도의 목록에서 이름 앞에 ‘세리’라는 직업명을 덧붙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사실 유대 사회에서 세리는 우리나라의 일제시대 때의 친일파처럼 로마 제국의 앞잡이로서 수치스러운 직업이었고, 따라서 이방인과 (종교적) 죄인처럼 취급되었다(마 5:46, 18:17). 이러한 치욕스런 직업명을 교회의 기둥격인 사도 앞에(참고, 갈 2:9) 붙인다는 것은 본인이 아니고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저자가 세리 마태임을 가리키는 유력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마태가 여기서 자신의 이름 앞에 세리라는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지 않은 것은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겸손함의 증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가/누가복음과 마태복음 사이의 이런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어떤 학자들은 레위를 마태가 속한 지파(支派) 명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즉, ‘레위 지파 사람 마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어찌 성전에서 거룩한 직무를 맡아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레위 지파인 마태가 그와는 정반대되는 직업인 세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1세기 당시 성전 봉사의 일자리가 모두 채워져서, 마태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타락하여 세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마가, 누가복음의 레위라는 이름은 마태의 또 다른 이름으로서, 세리였던 레위 마태가 주님의 부름을 받아 사도가 되었고, 또 그에 의해 어거스틴의 말처럼 신약에서 ‘가장 완전한 복음서’인 마태복음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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