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구원 복음의 보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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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구원 복음의 보편성
  • 승인 2005.10.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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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설교 후 주님이 산에서 내려와 행한 열 가지 기적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기적의 수혜자들 모두 가난하고 불우하며, 종교·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문둥병자(8:1~4), 로마 백부장의 노예(8:5~13), 여자(베드로의 장모, 8:14~17; 회당장 야이로의 딸, 9:18~19, 23~26; 혈루병 여인, 9:20~22), 가다라 지방의 광인(8:28~34), 중풍병자(9:1~8), 소경(9:27~31), 벙어리(9:32~34).


이들을 분류한다면, 먼저 당시 남자들과 비교해 2급(second class) 인간으로 간주됐던 여자들, 장애인으로서 그 신체적 불구로 인해 사회·종교적으로도 소외됐던 각종 병자들, 그리고 당시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계층에 속했던 노예로 나누어진다. 이처럼 당대 사회에서 인간적 수모와 냉대, 멸시를 받았던 세 그룹의 사람들이 주님이 산상설교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온 후 맞이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구원 복음의 보편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신분의 고하, 남녀, 재산의 유무, 인종과 무관하게 모든 이들에게 공평한 것이다. 주님이 상대한 사람들이 당대의 고관대작(高官大爵)이 아니라 사회·종교·인간적으로 무시되고 소외당하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주님의 제자로 자처하는 교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 여자들은 예수님 당대 유대 사회에서는 남자와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오히려 어린아이나 노예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그 한 예로 오병이어 기적 사건에서, 혜택 받은 사람들의 수효를 헤아릴 때 “여자와 아이를 제외하고” 남자만 오천 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마 14:21). 이는 곧 여자들에 대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실 구약에 소개된 십계명에 의하면 여자들은 남자들의 재산의 일부였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출 20:17). 여기서 네 이웃의 소유를 소개하면서, 성경은 여자를 노예나 가축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이는 곧 당시 여자들이 당한 인간적 멸시를 잘 드러내주는 실례다.


사실 예수님 당대의 유대 사회에서 여자들은 결혼할 때 노예처럼 돈에 팔려왔다. 왜냐하면 신랑은 신부측 가정에 돈을 지급하고 아내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내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에게 얽매여 사실상 노예처럼 취급당하면서, 남편 허락 없이 외간 남자와 대화만 해도 이혼 당할 수 있었고, 노예로 팔릴 수도 있었다(마 18:25). 이런 맥락에서 랍비들은 여자들과 대화하기를 꺼려했고, 여자들은 부친이 랍비가 아닌 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이렇게 여자들이 인간적으로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냉대 받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주님이 여자들의 각종 질병을 기꺼이 고쳐주셨다는 것은 이미 주님이 가져오신 하나님의 나라에서 여자들이 받아 누릴 새로운 신분의 복과 은혜를 잘 가리키고 있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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