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산상설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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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산상설교(8)
  • 승인 2005.10.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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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5:20에서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의와 성도의 ‘더 나은 의’를 비교해 말씀한 후, 주님은 서기관들의 그릇된 의를 비판하고(마 5:21~48), 6장에서는 바리새인들의 의(義)를 비판하고 있다(마 6:1~18). 이러한 구분의 근거는 마 5:221~48은 율법의 그릇된 해석을 다루고 있으므로 서기관들의 몫이고, 6:1~18은 실천적 행위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바리새인들의 몫인 것이다.


바리새인들은 서기관들처럼 전문가 집단은 아니지만, 여전히 율법을 사랑해 이를 생활에서 힘써 지키기를 즐겨했던 사람들이다. 오직 모세 오경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면서 율법의 문자적 준수를 주장하여 보다 보수적으로 간주됐던 사두개인들과는 달리 바리새인들은 오경 외에 다른 구약 책들, 이를테면 역사서, 선지서 및 성문서 등 또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던 까닭에, 율법 해석에 있어서도 문자적인 준수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일반 유대인들이 율법을 보다 편리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세칙을 만들어 놓았는데, 나중에는 이 세칙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었다(마 23:4, 15).


이러한 바리새인들의 문제는 한 마디로, 말만 하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마 23:3). 바리새인들의 이러한 위선은 사도 바울에 의해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네가 네 자신을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적질 말라 반포하는 네가 도적질하느냐 … 율법을 자랑하는 네가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롬 2:21, 23; 참고, 롬 2:17-24).


마 6:1~18에서 묘사된 바리새인들 역시 이러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율법을 아주 신실하게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율법의 정신에 역행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율법 준수의 주요한 동기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위선(僞善) 및 가식(假飾)이었기 때문이다. 주님은 바리새인들의 위선적 행위 중 특히 중요한 세 가지, 즉 구제(자선), 기도 그리고 금식과 관련하여 그들의 그릇된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님이 이런 그들의 위선적 행위가 전혀 하나님께는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그 근거로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마 6:2, 5, 16)고 말씀한 부분이다. 헬라어 원문에는 이 구절이 현재형으로 되어 있다. 즉, 남에게 자신의 경건을 과시하기 위한 행위는 지금 여기서 이미 그 대가를 받고 있기에 장차 천국에서 받을 상이 전혀 없다는 말씀이다. 위선의 위험에 대한 이러한 경고는 오늘날 여전히 곱씹어 보아야할 고언(苦言)이다.


여기서의 바리새인의 위선적 행위는 결국 기독 교회를 공격하는 회당으로 대변되는 유대교 신앙의 허구를 비판하는 것으로써, 기독교가 유대교의 아류(亞流)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의미에서 율법을 포함하여 하나님의 말씀의 정신을 온전히 준수하는 정통적 신앙임을 보여주기 위한 저자 마태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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