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읽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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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읽기(21)
  • 승인 2005.02.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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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설교’를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가 먼저 깨달아야 할 사실은 이 말씀들이 한 날 한 시 한 장소에서 설교하신 말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분량을 고려해 볼 때, 마태복음의 산상설교는 5-7장에 걸쳐 111절인 반면, 병행구절이 되는 누가복음의 평지설교는 6장20-49절까지 30절에 불과하다.


그러면 차이가 나는 81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첫째, 마태가 추가했거나 누가가 축소했을 가능성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있어서, 마태의 추가에 해당하는 많은 부분이 타 복음서의 다른 곳에 있는 말씀임을 고려할 때, 결국 마태의 추가로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마 5:13-16에 나오는 빛과 소금 이야기는 눅 14:34-35, 11:33에 나타나고, 마 6:5-15에 나오는 주기도문은 눅 11:2-4에 등장하며, 마 6:19-20의 보물 쌓음 이야기는 눅 12:33-34, 11:34-36, 12:22-31 등에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이 점을 참작할 때, 마태는 산상설교를 자기 나름대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기록했음을 알게 된다. 즉, 8복 설교(5:3-12), 빛과 소금(5:13-16), 살인(5:21-26), 원수 사랑(5:43-48), 자선(6:1-4), 기도(6:5-15), 금식(6:16-18), 보물 쌓음과 근심(6:19-34), 기도 응답(7:7-11), 넓은 문과 좁은 문(7:13-14), 좋은 열매와 나쁜 열매(7:15-23), 두 종류의 집(7:24-27) 등.


마태가 주님의 말씀을 주제별로 정리했다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주기도문이다.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은 6장 중 기도의 주제를 다루는 문맥에서 소개되는데, 반면 누가복음에서는 6장의 평지설교의 문맥이 아니라 11장(2-4절)에서 별도로 다뤄지고 있다. 또 하나의 차이는 마태복음에서는 주님이 주도적으로 먼저 가르치시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누가복음에서는 제자들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마태복음의 산상설교는 여러 날 다른 시각 다른 장소에서 하신 주님의 말씀들을 마태가 주제별로 정리해 소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복음서 이해에 매우 긴요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분명 산상설교는 주님 자신의 말씀이고 따라서 주님의 신학이 그 가운데 담겨있지만, 그 주님의 말씀을 자기 나름대로 주제에 맞게 다시 정리해 소개하고 있는 것은 마태이며, 그렇다면 그 말씀의 선택 및 정리에는 저자의 신학이 담겨져 있는 까닭에 마태의 신학이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산상설교에는 예수님의 신학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신학을 주제별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는 저자 마태의 신학도 포함돼 있다.


이 사실을 구태여 언급하는 까닭은, 어떤 이들은 복음서를 말할 때 예수님의 신학만을 전부로 여기면서, 그 주님의 말씀을 기록해 전달한 저자들의 공헌이나 기여는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근본 자료는 주님의 말씀과 사역이지만, 그것을 각자의 신학에 입각해 각기 다르게 해석해 전달하고 있는 저자들이기 때문에, 복음서를 이해할 때 이 저자들의 역할과 기여를 또한 의미 있게 살펴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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