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유치 후 교회에 확산될 종교다원주의 우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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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 유치 후 교회에 확산될 종교다원주의 우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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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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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웅산 교수<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조직신학>


2013년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될 것이 결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감격스레 유치의 소식을 맞이하였다.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는 유치 감사예배가 있었고 이 자리에 유치를 지지하는 여러 교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별한 것은 천주교 대주교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는 점이다. 축하 분위기는 대통령의 축하 영상을 통해 한층 더 고조되었다. 기독교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WCC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세계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모이는 아주 특별한 일로 보일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며 반기는 WCC 총회 유치를 놓고 다른 한 쪽에는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긴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필자를 포함한 소위 보수 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이 WCC 유치를 놓고 긴장하는 것은 50년 전 WCC가 한국사회에 비췄던 이미지 때문은 아니다. WCC는 진정으로 그들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성경을 따라 하나님이며 구세주임을 고백”하는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그렇지 않은 의혹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의혹은 한 마디로, “하나의 믿음 하나의 성찬을 통한 가시적 일치”라는 미명하에 종교다원주의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교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WCC 유치보다 더 큰 데 있다. 그것은 WCC 유치를 계기로 한국사회에 확대될 종교다원주의 때문이다. WCC 총회는 한 낱 행사에 불과하다. 합법적으로 모이는 행사를 방해하는 것 또한 법치국가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WCC 모임을 반대한다고 해서 현재 염려되는 종교다원주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막아야 하는 것은 WCC 모임을 통해 한 층 고조될 것이 분명한 종교다원주의인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할 때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답변은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말은 근거 없는 보수주의자들의 매도라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자료 없이 감정을 앞세운 말이라는 것이 그들의 한결 같은 소리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갖게 되는 의구심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 WCC가 공식적으로 무엇을 표방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왜 WCC가 종교다원주의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근거로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입증하려 한다. 하나는 WCC가 공식적으로 타종교와 나누는 대화이고, 다른 하나는 WCC 안에서 로마 카톨릭이 차지하는 역할이다.

WCC가 종교다원주의로 가고 있다는 증거는 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피다 보면 곧 눈에 들어오게 된다. WCC가 타종교와 연합을 추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공지한 내용 가운데 발췌한 내용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하려한다. 완드 아빔볼라 박사(나이지리아 요루바 종교 대변인)는 기독교의 선교노력을 “수십억대의 달라를 만드는 국제적인 비지네스다. 이것이 없이는 포교활동에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다”고 폄하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의 선교활동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기독교가 사람들을 회심시키는 것은 악한 것이며 누구에게도 유익을 주지 않는 나쁜 것이다.” “내가 속한 요루바 종교는 남을 개종시키려 하지 않는 서아프리카의 종교다. 사실 많은 요루바 크리스천들과 무슬림들이 우리 종교 예식에 참석한다.

우리는 거기에서 누가 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편의 특징들을 보게 된다.” 크리스천들과 무슬림들과 요루바종교인들이 참여한 종교체험을 시편에 비유하면서 그들 가운데, 알지는 못하지만(어쩌면 알 필요도 없이), 같은 신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데이빗 엘콧(전 이스라엘정책책임자) 박사는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의 문제를 위해 노력해온 인물로, 개종이란 원래 성경적인 개념이 아님을 주장한다. 대신 “어떤 사람이 다른 종교를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믿음을 발견하게 된다면 즐거워할 일이다. 거룩으로의 길은 어디든지 있다. 하나님이 내 종교적 전통에만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고 우상숭배이다.” 전형적인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주장이다.

라쉬이드 오마르(남아프리카 출신 노틀담대학교수) 박사는 “크리스천과 무슬림들이 서로의 종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뛰어넘어 종교간의 대화와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의 종교간의 무력적 충돌이 불필요한 종교간의 대립으로 빚어졌으며 이제 종교간의 연합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의도의 말이다.

존 달시 메이(아이랜드 트리니티 대학 종교간대화교수) 박사는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가능한 교류를 이렇게 말한다. “비록 큰 차이기 있긴 하지만, 불교와 기독교는 서로로부터 배울 수 있다.

불교는 기독교에게 예수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은 예수로만 국한될 수 없다고 상기시키고, 기독교는 불교에게 역사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충고할 수 있다.”

매우 제한적인 인용에 불과하지만, 이 인용들이 모두 WCC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이 외에도 WCC는 어떻게 종교간 대화, 같은 믿음, 연합된 기도를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과감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1991년 호주 켄베라에서 WCC 총회로 모였을 때의 일을 우리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총회의 주제는 ‘오소서 성령이여(Come, Holy Spirit)’이었고, 한국인 정현경교수는 전체 총대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강연을 종교적 퍼포먼스로 초혼제를 보여 주었다. 상복을 연상케 하는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와 창호지에 쓴 초혼문을 읽어 내려가며 한 맺힌 영혼들을 부르고 종이를 불 태웠다.

그가 읽어 내려갔던 내용의 일부이다. “오소서, 우리들의 신앙의 조상 아브라함과 사라에 의하여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흑인 여종, 이집트 여인 하갈의 영이여.” “오소서, 그의 아내 밧세바에 대한 다윗 왕의 욕정 때문에 다윗에 의하여 전쟁터로 보내져 죽임을 당한 충성스런 군인 우리아의 영이여.” “오소서, 2차대전시 일본군의 정신대에 끌려가 죽은 한국인의 영이여.” “광주, 천안문, 리쿠니아에서 탱크에 떠밀려 죽은 자들의 영이여.” 퍼포먼스가 끝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하였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오소서 성령이여’인가? 이 정도라면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지 아닌지 더 이상 언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WCC가 종교다원주의로 가고 있는지 증거를 제시하라는 사람들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왜 그들에게는 이런 내용들이 종교다원주의와 무관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들이 정의하는 종교다원주의는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WCC는, 다행이도,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종교간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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