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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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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목사<의왕중앙교회>


나이 들어 갈수록 자기관리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우리들 주위에는 남다른 재능을 타고났지만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중도에 헛된 인생으로 끝내고 마는 경우를 참 많이 보게 된다.

전도사시절 섬기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교도소선교에 관심이 많으셔서 그 지역 교도소 재소자 위문을 갔었다. 그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고교시절에 함께 자취하며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가 있었다. 꿈도 높고, 고상한 목표를 가졌던 그 친구는 머리도 명석하여 공부도 잘했다. 나는 늘 그 친구 따라잡기를 목표로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그때마다 친구의 성적을 칭찬하고는 했지만 늘 부러움이 시기심이 되어 나를 편하게 두지 않았다. 대학입학예비고사에서 그 친구와 나는 20점 이상의 차이가 났다.

서울의 명문 대학을 꿈꾸던 친구는 정말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명문대학에 무리 없이 합격하였다. 하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 시절 누구나 다 어려웠지만 그 친구는 유독 가난했었다. 더욱이 친구의 부모님은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가정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분들이셨다. 하지만 친구는 이상이 있고 정한 목표가 높았다.

교도소에서 그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교도소운동장에서 수형인들이 조를 나누어 배구시합을 진행하고 있는데, 누군가 날 계속해서 주목을 하더니 이윽고 찾아와 인사를 건넸지만 난 그 친구를 알아보지 못했다.

친구가 전하는 내용은 이랬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뛰었지만 부모님이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협력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자신의 힘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등록금 마감시간이 다가오는데 덜덜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은행 앞에서 서성이면서 돈을 들고,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처지를 비관하기도 하며 정신 놓은 아이처럼 있다가 돈 뭉텅이를 찾아가지고 나오는 아주머니의 돈다발을 낚아채어 자기도 모르게 자전거로 도망치다가 100m 못가서 잡혔단다. 그 일로 3년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2년 만에 출소하였지만 그 후 재범, 3범이 되어 무려 6년째 교도소에서 살고 있는 지난날의 인생 역정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늘 세상을 비관하고 비판했었다. 똑같이 당하는 현실도 그 친구에게는 억울함이고, 분노가 되곤 했다.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또 한 번의 혁명을 자신이 주도할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때마다 말조심을 시켰지만 더 강하게 당위성을 강조하고는 하여 날 두렵게 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뜻이 있고, 명석한 머리도 가졌으나 오히려 그 뜻이 사람을 삼켜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 뜻이 부정적인 사고와 결부될 때 자신을 망치는 도구가 되어 소생하거나 재생할 수 없도록 망가트리는 것을 본 것이다.

세월이 지나 50을 막 넘기던 늦겨울의 어느 날 교도관으로 있는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의 죽음을 전하는 전화였다. 그 친구는 그 이후도 재생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교도소를 자기 집을 삼아 인생 50년 중 장장 21년을 그 집에서 살았단다. 마지막 죽으면서 나를 찾았고 편지 한통을 남겼다고 전해줬다.

그 친구의 편지에는 고등학교 시절 자취집에서 나의 전도를 거절하며 면박을 줬던 일이 적혀 있었고, 나와 자신의 차이는 나는 그리스도인이고 자신은 무신론자였다는 것뿐이었는데 그 차이는 이토록 엄청난 것인 줄 몰랐다는 후회와 인생이 마쳐질 것 같은 예감을 가지면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하였노라는 것과 천국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그는 죽은 후 동창들의 손에 화장(火葬)되어 연기가 되어 유골도 남기지 않고 공중으로 사라졌다.

가을 날씨가 완연해지는 이 때 그 친구가 새삼 생각나는 것은 무슨 연고일까. 사람마다 각기 자기의 삶의 방식이 있고, 사연이 있고, 과정이 있겠지만 어린 날로부터 평생토록 이어지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그 분 안에서 그분으로 채워지는 자기관리에 대하여 깊은 상념을 가지며 목사로서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라보며 그 친구보다 나의 날들이 별반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가을이 주는 센티멘털(sentimental)이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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