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도밖에 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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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도밖에 할 것이 없다
  • 이현주
  • 승인 2009.06.2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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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예장 합동총회가 마련한 기도한국 조찬기도회에서 설교를 위해 단상에 오른 최병남 총회장은 눈물을 보였다.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를 염려하는 그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났다”며 “하나님만이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목사의 눈가가 붉어졌다.

 
공식석상에서 설교 도중 눈물을 흘리는 한 교단 총회장의 모습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를 만큼 그의 마음속에는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 담겨 있을 터였다. 하나님 앞에 매달리는 그의 신앙은 정말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하나님만이 해결하실 수 있다”는 말에서는 믿음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느껴졌다.
 

지금 교회에서는 나라를 위한 기도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은 교회에서부터 큰 교회에 이르기까지 또 방학에 들어간 신학교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시작했고 교단들도 기도밖에 방법이 없다며 전국교회의 기도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기도하는 것은 비단 보수권만이 아니다. 진보권 단체와 목회자들도 저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남북의 평화와 나라의 안정을 기원하고 있다.

 
기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도는 하나님과 믿는 자들에게 가능한 소통의 통로다. 기도는 머릿속에서 또는 입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의 삶을 변화시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갖는다. 그래서 기도는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고 진보와 보수가 다시 서로를 향해 핏대를 높이고 사람들 입에서 상대방의 죄를 정죄하며 손가락질 할 때 더 그렇다. 이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침묵하며 겸손히 기도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기총은 영적 대각성기도회를 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도회 직전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치적 입장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시국선언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한기총도 보수 성향을 담아 이념적 선언의 대열에 동참했다. 기도의 힘을 무시한 것일까. 그냥 조용히 기도만 할 수는 없었을까.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기도한국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왕성교회 길자연목사는 “우리 교회가 5개월간 매일 2시간씩 나라의 경제만을 위해서 기도하니까 나라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목사의 이 같은 고백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목회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길목사는 “사람들이 믿거나 말거나 나는 우리교회의 기도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기도는 믿음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기도대로 이뤄주신다는 확신이다. 싸움과 분열이 난무하고 경청과 소통이 막힌 답답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 바르게 믿고 바르게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응답이 이 나라에 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확신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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