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부부에게 사랑과 용서의 노래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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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부부에게 사랑과 용서의 노래 전하고파”
  • 이현주
  • 승인 2009.05.1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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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은 못해요’로 돌아온 CCM가수 박 종 호 선교사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아픈 가족사 딛고 가정회복 외치며 가요계 변화 주도

국내 CCM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실력파 가 수 박종호 선교사. 대학교 4학년 때 만난 하나님을 따라 세상 명예를 모두 뒤로 한 채 그저 찬양만 부르고 살았다. 87년 첫 CCM앨범을 낸 이후 22년 동안 복음성가 외길만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지난 연말 대중가요계에 도전장을 냈다. ‘당신만은 못해요’라는 곡을 타이틀로 크로스 오버 음반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인기가수들의 대표곡도 2달을 넘기지 못하는 ‘시한부’ 가요계에서 박종호의 노래는 다섯 달째 전파를 타고 있다. 반응이 느리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의 노래 ‘당신만은 못해요’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노래로 깨어진 가정이 회복되길 바란다”는 박종호선교사의 소망은 그대로 적중했다.


# 당신만은 못해요, 그 인연

‘좋은 곳에 살아도 좋은 것을 먹어도 당신의 맘 불편하면 행복이 아닌거죠.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한 것 같아도 마음속에 걱정은 참 많은 거예요. 사랑도 나무처럼 물을 줘야 하는데 가끔씩 난 당신께 슬픔만을 줬어요. 너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해도 내가 내 맘 아닐 땐 화낼 때도 많았죠. 세상사는 게 바빠 마음에 틈이 생겨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 무엇의 나에게 다준대도 가만히 생각하니 당신만은 못해요. 사랑해 난 널 사랑해’

KBS라디오와 교통방송에서 5월 들어 가장 많이 들려오는 노래가사다. 박종호 선교사가 이 대중가요 ‘당신만을 못해요’를 기다린 시간은 8년. 사람을 위로하는 그런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꿈은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서야 8년 만에 응답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한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 소식을 들으면서 불안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위안을 주는 노래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은 후였다. 당시 CBS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한 PD는 박종호 선교사에게 대중가요를 제안했다. 박선교사 역시 이혼율이 높아지는 한국의 가정을 보면서 가족과 부부를 회복시키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기도했다. 하지만 좋은 곡을 만나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박종호 선교사는 가수 김종환씨에게 곡을 의뢰했다. 그리고 불과 30분 만에 가사가 사흘 만에 곡이 완성됐다. 방송국 복도에서 ‘당신만은 못해요’를 받아든 박종호 선교사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악보와 가사를 보고 울어보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가사를 접하면서 아내와 싸우고 이혼하고 싶었던 그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군요. ‘잘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작 아내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 노래 가사가 마치 제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었습니다.”


# 숨겨왔던 아픈 가족사

늘 호탕한 웃음을 짓는 박종호 선교사에게 그늘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숨겨져 있다. 23살에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러갔어요. 그 때 서류를 통해 아버지가 두 번의 이혼을 했고 제 어머니가 세 번째 아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어린 시절 아버지와 뒹굴며 레슬링을 할 정도로 친했는데 그날 이후 저는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려 버렸습니다.”

그의 삶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너만 아니었으면 나도 이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정을 지켰다.

박종호 선교사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어린 나이에 한눈에 반한 아내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서투름의 연속이었다. 티격태격 싸우면서 “이혼하자”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혼을 두 번이나 했던 아버지는 아들의 이혼 소리에 무릎까지 꿇으며 만류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실패한 삶을 아들에게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인생을 알고 난 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외면하고 거부했던 아들은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죽음 앞에 다다랐을 때 간신히 속삭일 수 있었다. 불교신자였던 아버지에게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주님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다.


#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

아버지와의 화해로 마음의 앙금을 털어낸 박종호 선교사. 그는 가정을 지키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가정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일에는 반드시 하나님이 개입하신다는 믿음이 있다. 가정은 축복의 근원인데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 박종호 선교사에게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의 신곡 ‘당신만은 못해요’에 애착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님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가사 중에 성경을 인용한 구절도 없어요.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평안해지죠.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함이 밀려오죠. 감사한 것은 이 노래를 통해 회복되는 가정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혼하려던 부부가, 이혼했던 부부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CCM 가수의 첫 대중가요 도전.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수십억의 홍보비는커녕 세상의 방식을 따를 수도 없었다. 마음이 초조해질 때마다 하나님은 “겸손히 인내하라”고 응답하셨다. “네, 하나님. 더디게 가더라도 하나님의 뜻대로 가겠습니다.” 순종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박종호의 첫 가요곡은 교회 안팎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대중가수들이 CCM계로 들어오긴 했지만 여기서 나간 사람은 거의 없지요. 저도 첫 도전이지만 교회안의 영향력이 대중문화까지 확대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의 영향력을 갖게 되면 그 후에 또 다른 길이 열리겠죠.”

아내를 섬긴다고 말하는 박종호 선교사. 이제는 동성친구보다 편안하고 가장 든든한 힘이 된다고 아내 김선아씨를 추켜 세운다. 예수전도단에서 선교 훈련 받을 때, 뒤늦게 오페라를 공부한다며 미국으로 갔을 때도 아내는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내조하며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냈다.

부모의 사랑과 기도의 영양분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미국 줄리어드와 N.Y.U. 등에서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오는 20일 부부의 날 국회 행사에 ‘당신만은 못해요’를 들고 찾아가는 박종호 선교사는 ‘부부의 날 홍보대사’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좋은 노래 한 곡이 갖는 힘은 이처럼 크다.

가스펠 가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만 박종호 선교사는 20년 사역의 결과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처음에 성가곡이냐며 외면받았지만 지금은 대중들이 함께 흥얼거리는 노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노래가 아니라 2년, 3년 오랫동안 불려지는 노래이고 싶어요. 믿는 사람에게나 믿지 않는 사람에게나 이 노래가 용서가 되고, 희망이 되고, 회복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선한 노래로 선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박종호 선교사. 그의 노래가 만들어낸 수익금은 예수전도단과 함께 에이즈고아원을 짓는 일에 사용된다. 한 곡의 노래로 가정을 세우는 것처럼 작은 사랑을 모아 아이들의 미래를 세우고자 한다.

CCM 가수로 20년.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상처받은 영혼을 살리던 박종호 선교사. 대중가요 ‘당신만은 못해요’라는 곡으로 돌아온 그가 한국의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정을 살리는 치유의 메신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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