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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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무엇을 남겼나?
  • 공종은
  • 승인 2009.01.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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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목소리 20주년에 묻히지 않기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에서 ‘20주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내걸었던 엄신형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연임’에 성공했고, 예장합동 소속이었던 길자연 목사에 이어 두 번째다.

표면적으로 교계는 엄 목사의 연임 성공에 대해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썩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엄신형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자격과 인품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광선 목사를 앞질렀다기 보다는, 찬송가공회 불법 법인화 등의 맹점을 안고 있던 이광선 목사에 대한 거부와 미움이 엄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에 당선되게 했다는 게 한기총 선거에 대한 교계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선거 전 교계는 차기 대표회장 선거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이광선 목사를 지지하자니 찬송가공회 법인 설립 문제가 걸리고, 엄신형 목사를 지지하자니 대표회장을 두 번씩이나 할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이 그 이유였다. 

그나마 마련했던 것이 한기총 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8월 내놓은 개혁안. 하지만 회원 교단들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결국 이마저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말았다.

한국교회언론회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있기 며칠 전 “한국 교회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새로운 2009년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교단장과 단체장 선거에 절대 금권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현행의 투표제를 추대 형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엄 목사의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차기 대표회장에 선출된 엄신형 목사는 “20주년 행사가 아니었으면 출마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20주년의 성공적 개최’에 유난히 강조점을 두었다.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상대 후보였던 이광선 목사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실행위원들은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들어쓰시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한기총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개혁의 핵심은 바로 선거제도”라는 지적에 대해 누구 한사람 토를 다는 사람이 없는 이 마당에 엄신형 목사는 적극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대표회장 선거 후유증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올해 선거는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전화, 문자메시지, 카드와 연하장으로 제한한 ‘선거공영제’의 실시로 인해 후보들의 손과 발을 묶어, 표면적으로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시끌벅적했어야 할 선거판이 싸늘하게 식었고 오히려 선거 판세를 기자들에게 묻는 실행위원들도 상당했다.

여기에 더해 기독교사회책임을 비롯한 10여 개의 교계 단체들이 ‘3천만 원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결정적 금권선거 사실을 제보할 경우 선거가 끝난 후 1개월 내에 3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건의 심증 제보 외에 결정적 제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 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만큼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는 없었다”면서 올해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달라진 선거문화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를 대표회는 기관으로서의 한기총은 이제 개혁의 요구에 대해 반응해야 한다. 엄 대표회장이 한기총 개혁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막고 20주년 대회에만 몰입할 경우, 한기총과 대표회장은 결국 ‘행사용 기관’과 ‘행사용 대표회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0주년을 잘 치러낸 한기총 보다는 새롭게 달라진 한기총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바람이다. 이것이 한국 교회와 성도, 그리고 하나님께는 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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