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정당, 복음전도에 나쁜 영향 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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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정당, 복음전도에 나쁜 영향 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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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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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주교수<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는 지난 10년의 변화의 역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국민들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교계는 강하게 라이트 파티(right party)를 지향했고 새로운 당선자를 탄생시키는 데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다 아는 바대로 기독교 장로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공로가 있다고 자평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난데없는 ‘기독교 정당 만들기’ 선언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우선 교회가 세속정치를 위하여 당을 만든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또한 기독교 신자들의 의중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그런데 창당을 한다는 이들은 국민들이나 신자들의 의중은 아무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기독교 정당 출연에 대해 교회가 사랑을 실천한다는 명분의 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는 합법적인 권력 탈취인데, 기독교가 세상 권력을 얻으려는 것인지, 혹은 교회가 세상 모든 곳에 사랑을 실천해서 이제는 정치권만 남았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기독교 정당이 교회 정의에 맞는가? 하는 문제부터 짚고 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보혈로 교회를 세우신 것은 세상 정치·정권을 위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예수님께서도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셨다.

교회사적으로도 교회는 세속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질 때 교회가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사명에 충실할 수 있었다. 바티칸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카타콤에서 교회는 영적인 힘이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다음으로 정당 출현의 막대한 정치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결국 순진한 성도들의 헌금으로 충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믿음 좋은(?) 성도들은 목회자가 하는 일을 모두 하나님의 일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구실을 붙여도 하나님의 창고에서 은금을 빼내오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다음으로 기독교 정당 실험은 이미 지난 4년 전에 있었다. 결과는 국민들이 냉정하게도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전국 득표가 몇만 표에 불과했으니 지역구는 말할 것도 없었고, 비례대표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것은 기독교 신자라고 해서 기독교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앙과 정치를 구분하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였다.

기독교 신자들이 성직자로서 목회자를 존경하는 것이지, 정치가로서의 목회자를 존경하지는 않는다는 속내를 읽어내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참정권이 있다. 그것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이다. 그러나 교회를 등에 업고 세속 정치를 하려는 것은 복음 진리와도, 사회정의와도 거리가 있는 일이다. 교회의 역할은 영혼 구원이 우선인데 그것을 뒤로하고 세상 정치가 문제라며 그 판에 뛰어드는 것은 잘 맞지 않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를 향하여 선한 가치를 이루어 가면 되는 것이지, 사회정의라고 하면서 성직자들이 현실 정치판을 만들 필요가 굳이 있겠는가 의구심이 든다.

성직자들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선지자적 입장에서 잘못된 일에는 책망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지만, 대안과 지혜,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다 종교 국가이다. 기독교가 정당을 만든다면 종교 간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또 다른 비난거리를 제공해서 복음 전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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