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담 밖으로 나가 세상과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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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담 밖으로 나가 세상과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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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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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숙목사<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지난해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교회문화개혁을 위한 대화마당 톡톡톡’이라는 제목 아래 일반 여성단체, 시민단체, 이웃종교 그리고 교회여성 등을 대표하는 이들을 초청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외부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교회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특히 교회여성들이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염려하며 개혁하자는 외침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터져 나왔는데,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서도 내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와 비판을 들었다.

토론자였던 한 여성단체 대표는 “한국교회는 사회참여의식이 높았고 목회자, 교인들이 우리 사회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던 것을 안다.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곳에는 늘 기독교와 교회여성들이 먼저 참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민주 평등의식을 바탕으로 한 교회에 왜 성차별이 심한가 반문하며, 종교영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은혜스럽게 해결한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고,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에서 일해 온 한 남성토론자는 “교회의 성차별적이고 남성중심의 위계적 사고가 이른바 기독신앙을 기초로 일하는 단체에서도 드러난다”고 했다. 한 예로, “서울 YMCA회원의 70%가 여성인데 정회원도 이사도 남성만 하게 돼 있다. 남녀평등의 기독교가치와 영적가치를 실현해야 할 조직에서, 그 동안 헌신해온 일꾼을 여성이라고 해서 의사결정기구에서 배제하는 것은, 교회지도자들이 기독교의 지향점을 잊었다는 증거가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웃종교의 한 교역자는 “복음 전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생명을 위해 일하시다 돌아가신 예수님의 일생은 감동적이다. 교회가 존재하고 성장한 것은 바로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썩 유쾌하지 않은 일화를 전했다. “어떤 목사님을 만나 한참 이야기했는데, 나중에 ‘당신은 다 좋은데, 원불교를 믿어서 참 불쌍하다’고 하는 겁니다. 가만있다가 마치 소나기를 맞은 기분이 들더군요.” 그가 속한 종교의 여성 활동에 대해 물었다.

“우리 종단에선 모든 의사결정기구에 남자 여자가 동수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기독교의 한 지도자가 불쌍하다고 했던 그가, 대화마당에 모인 교회여성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매 맞기로 작정하고 만든 모임이었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 ‘배타적이다’, ‘이분법적이다’, ‘여성을 심하게 차별한다’ 는 등의 비판을 외부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일은 불쾌하고 훨씬 마음 아프고 쓰렸다.

교회여성들의 고심과 노력 끝에 몇몇 교단의 여성안수를 끌어내며 교단 총회와 여타 논의기구 등에 여성참여할당제를 부단히 요구하고 교회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교회내 여성차별을 비롯한 갖가지 문제는 제도와 교회지도자가 변해야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외자들이 하는 비판은 단순히 현재의 제도와 지도자에게 향한 것이기보다 교회여성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든 아니든, 교회의 많은 문제의 책임은 교회구성원의 절대다수를 넘는 여성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10월의 토론에서 화제들이 이미 교회여성들이 교회와 여성자신을 향해 수없이 건낸 것들임을 확인했다.

자기도전과 열린 대화는 이렇듯 한줄기이다. 다만, 새해엔 교회와 여성들이 이런 마당을 자주 마련했으면 한다. 담 안에선 내가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담 안에선 쉽게 어른에게 지도자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손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도전이 치열성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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