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감격으로 불신의 벽 허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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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감격으로 불신의 벽 허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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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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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장>


돌이켜보면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고난과 역경에 점철된 한(恨) 많은 역사를 지닌 나라였다. 그토록 많았던 외세의 침략 속에서 우리는 먼 내일을 설계하기보다 오늘의 생존에 연연해야 했고 서로를 의심해야 했고 서로를 불신하며 살아가도록 조작된 삶을 강요당했다. 이러한 한의 전통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느새 갈갈이 찢긴 분열에 익숙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오고 있었다.


이제까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냉철하게 살펴보면 어느 분야이건 서로간의 반목과 질시와 패거리 만들기와 불신과 나뉨의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 있고 편안해 있던 우리들의 삶의 형편이었다고 말해 틀림이 없으리라.


대한민국의 기독교 인구는 가톨릭을 포함해 등록된 숫자가 1,200만 명을 넘는다고 자랑한다. 인구의 약 25%가 기독교인인 셈이다. 서울시내의 한 밤을 수놓는 붉은 십자가 빛을 보면서 기독교 나라에서 온 서양 친구들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세계 제1의 교회가 한국 땅에 있고 세계 20대 교회 중 11개가 대한민국에 있고 그 중 9개가 수도권에 있다는 사실을 모든 기독교인들은 대단한 축복이라 자랑하며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이렇게 세계 교회의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기독교인은 얼마나 많은 삶의 기적들을 이 사회 속에 만들어 내고 있을까?


해마다 각 교단의 최고 지도자인 총회장을 선출할 때마다 들려오는 온갖 부정직한 선거운동에 대한 추문은 참으로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그 뿐인가? 교회의 목사님을 청빙할 때에도 경상도 교회에서는 경상도 출신 목사님만, 전라도 당회에서는 전라도 출신 목회자만을 고집한다 하니 우리가 비난하는 지역감정에 물든 정치인들의 모습이나 교회나 무엇이 다른가. 한국의 내로라하는 교회가 후계자를 뽑을 때도 능력이나 인품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후보자가 교단 정치적으로 창립자 목사와 같은 계열인가, 그 사람의 출신지(혹은 그 사람의 아버지)가 어느 곳인가가 먼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기독교계에서는 식상한 상식이 되고 있다.


언젠가 필자는 택시를 타고 가면서 종교에 대한 화제 중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소개하며 전도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들었던 택시 기사의 말이 오랫동안 내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교회에 나가보지 않겠느냐”는 필자의 권유에 대한 그분의 답변은 “돈 많이 벌어서나 교회든 절이든 나가려고 합니다. 교회에 나가 봤더니 돈 없는 놈은 거기서도 사람도 아니더군요.”


이 모든 기독교계의 부정적 현실은 바로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극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의 모습이다. 기독교계 안에서도 우리는 지역감정과 파당의식과 배금사상과 차별의식 속에서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이 사회를 견인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사회의 분열상의 모습을 종교계도 역시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들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사회-정황적으로 서로 갈등하며 서로를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질시와 반목으로 나뉘며 분열된 삶을 살아온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면, 부활의 소식과 함께 찾아 온 은총의 함성으로 우리는 하나됨을 결단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는 하늘이 이 민족을 사랑하여 예비해 주신 분열을 치유하는 하늘의 치유의 접착제가 돼야 한다. 교회사적으로 보면 기독교의 힘은 숫자에 있지 않고 양에 있지 않고 그 삶의 질에 있었다. 기독교인이 부르는 노래가 무엇이냐도 중요하겠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기독교인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느냐도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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