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살아야 교회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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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살아야 교회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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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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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목사<서초교회>


며칠 전에, 영국에서 대규모의 테러를 사전에 막아냈다고, 온 세계 언론이 떠들썩했다.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필자는 2년 전 유리 시다코프가 BBC 기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유학생을 보내야 할 것이요. 테러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이제 어느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요...”

그로부터 1년 후, 베슬란 테러 일주기를 맞았을 때, 필자는 베슬란 시장의 초청으로 추모행사에 참여했다. 그 때 참으로 인상적인 것이, 테러에 희생당한 어린이들 사진이 수없이 걸려 있는데, 그 사진들 중에 베슬란 시장과 똑같은 이름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 아이의 이름이 어떻게 베슬란 시장의 이름과 똑같은 것인가?” 그러자 누군가 대답하기를, 그 아이는 베슬란 시장의 손자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으로 손자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베슬란 테러 일주기 행사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음악이 도대체 무슨 음악인지? 처음 들어본 음악인데, 베슬란의 슬픔을 너무나 절실하게 표현하는 듯한 음악이 계속해서 추모현장을 흐르고 있었다.

추모행사 이후에 6개월 만에 베슬란을 찾았을 때, 베슬란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재판으로 떠들썩했다. 그런데 어떤 어머니들은 금식을 한다고 했다. “그 당시 희생된 아이들 중에 상당수가 테러리스트가 아닌 러시아 진압군에 희생되었는데, 러시아 정부는 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

그러면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은 무기한 금식을 한다는 것이다. 금식하다가 생명의 위독해서 병원으로 옮겨진 어머니도 있었다. 북(北) 오세치아 정부 당국은 금식하다가 죽는 사람이 생길까봐 상당히 염려하는 중이라고 했다.

필자는 인권위원회 사람들과 어머니들의 금식현장을 방문했다. 거기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계속 금식하다가 당신들 중에 죽는 사람이 생기면, 나는 다시는 이 땅에 올 수 없을 거 같다. 이렇게 금식하다가 누군가 죽고 만다면 그러면 베슬란은 그야말로 테러와 고통과 금식과 죽음과 절망의 땅이 되고 말텐데….

내가 그런 곳을 왜 다시 찾아오겠는가? 그러니까, 때가 되면 금식을 그쳐라.” 그러자 금식하던 어머니들 중에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그 때 죽은 내 아이를 생각하면 이대로 금식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집에 가면 또 다른 아이가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죽을 수도 없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필자는 한국교회를 생각했던 거 같다.

많은 아이들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교회. 잃어가는 그 성도들의 영혼을 생각하면 금식하다가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생각되는 한국교회. 그렇지만 아직 살아있는 성도들을 위하여 다시 힘차게 살아나야만 하는 한국교회. 아무런 힘도 없이 그냥 바라볼 수밖에, 슬퍼할 수밖에 없는 나같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하여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6개월 후, 필자는 다시 베슬란의 어머니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들은 아이를 잃은 고통의 세월을 어느 만큼 이겨냈을까? 그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십자가의 땅으로 유학을 가는 심정으로 그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십자가가 살아나야 교회도 살아나지 않겠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 피가 흐르는 곳에,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아닌가?  


▲ 왼편은 북 오세치아공화국 인권위원장인 유리 시다코프, 오른편의 남자는 의사 사베르이다. 그리고 필자와 금식 중인 베슬란의 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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