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목사, "안심 정치해라" 정동영의장에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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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목사, "안심 정치해라" 정동영의장에 쓴 소리
  • 이현주
  • 승인 2006.03.0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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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정부정책 비판 눈길...양측 대화 일치점 없이 겉돌아

▲ 한기총 박종순 대표회장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기독교인 수가 1200만 명입니다. 우리 인구 전체의 4분의 1이나 됩니다. 그 수는 적지 않아요. 표로 봐도 적지 않고 목소리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난 2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만난 한기총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는 단단히 벼르기라도 한 듯, 강한 어조로 대화를 시작했다.

"정치의 근간은 안정이고 이는 곧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을 외면하는 정치를 하게 되면 정권을 재창출하기는 어렵겠지요. 백성이 편안한 정치, 박수 받는 정치를 하시길 바랍니다."

박 목사의 말투는 조용하지만 단호함이 베어있었다. 정의장이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실망을 많이 안겨 준 것 같다.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롭게 시작할테니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청하고 있다"며 인사를 막 건넨 뒤였다.

박 목사는 "모처럼 왔으니 두가지만 부탁하겠다"며 예상했던 대로 사학법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비리-불건전 사학의 척결은 우리도 원하는 바입니다. 척결은 하되 그것으로 인해 사학 전체가 훼손되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학법을 재개정 해주세요. 그리고 북한 인권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통받는 북한 동포를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이 문제도 다루면 균형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안은 정부 여당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동영 의장은 사학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간섭은 안하고, 자율성을 확대하고 투명성은 높이는 것이 사학법 개정의 3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문제는 그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만 빼고 인권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권의 `인`자도 꺼내기 어려웠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은 대화와 신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비판으로 북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만 그것은 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히 인권문제도 따라 해결될 것으로 믿습니다.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것이 빠른 길이냐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 의장은 남북 모두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교회가 추구하는 목표도 여기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좀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 목사는 계속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목표를 향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북한 주민은 생존이라는 기본권도 누리지 못한다. 북한 동포가 빨리 사람답게 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답하면서 "어려울 때 기독교와 정부가 양 날을 세우는 것은 서로 손해보는 일 아니겠냐"며 교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고 기독교인이 1200만 명임을 거듭 힘주어 강조했다.

이날 대화석상에 동석한 이남웅 목사는 노골적으로 "정부 여당에 대해 자질이 없음을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며 민심을 외면한 채 정책을 밀고 나가는 현 정당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장은 국민들의 3대 불안인 경제와 노후, 자녀교육 문제를 안심시켜 드리겠다며 한국교회의 애정과 칭찬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종순 목사는 끝까지 "외국 출장 중에 면도기 전압이 달라 당황했지만 호환 가능한 코드를 찾아 사용할 수 있었다"며 "안 맞으면 맞추면 되고 코드가 다른 사람도 포용하면 된다"고 정의장을 압박했다.

비록 30여분간 진행된 대화였지만 정동영 의장과 박종순 목사가 진땀을 쏟고 낯빛이 붉어지는 모습을 드러낼 만큼 껄끄러웠다.

이날 만남은 보수를 대변하는 한기총과 개혁 성향의 정부 여당이 대화의 접촉점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다시금 보여주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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