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땅의 신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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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땅의 신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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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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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여호수아 (28) 토지는 하나님이 맡긴 약속의 선물


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여호수아서의 핵심적 주제는 ‘땅’에 관한 것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점령하여 지파별로 분배하는 일로 일생을 보냈다.

여호수아가 점령한 그 땅은 과연 어떤 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여호수아가 일생의 과업으로 수행한 가나안 땅 점령과 분배는 영토확장이라는 일반 역사의 관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 땅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성 속에서 그 땅을 차지한 것이다. 

땅의 신학적 이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성서적 전제는 ‘땅이 하나님에게 속하였다’는 사상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자신께 그 땅의 소유권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살렘왕 멜기세덱의 축복에 화답하는 아브라함의 고백 속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은 곧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으로 표현되었다.(창 14:19)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 상대자로 선택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출애굽기의 본문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세계가 다 내게 속한다”고 말씀하셨다.(출 19:5)

여기에서 ‘세계’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레츠’는 추상적 개념의 세계가 아니고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실제적 땅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땅이 하나님에게 속했다는 주장은 단순히 하나님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스라엘이 그 땅에서 거주하여 살아갈 법적인 근거를 제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즉 하나님께서 땅의 실제적 주인이시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주신 그 땅에 살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땅의 실제 주인이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 땅을 그의 후손들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땅을 선물로 받았을 뿐이지 땅의 실제 주인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라고 주장하시면서 이스라엘은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 25:23)라고 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은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라는 신분으로 그 땅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는 히브리어로 ‘게르’와 ‘토샤브’인데, 이는 그 땅의 합법적 시민권을 갖지 못한 채 장기간 체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비록 가나안 땅을 점령하여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완전한 소유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권을 위임 맡은 청지기로서 삶임을 보여준다.

곧 이스라엘은 그 땅을 완전하게 소유할 어떤 권리도 없었다. 다만 실제 소유주이신 하나님에게서 그 땅을 분배받아 관리할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땅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축복의 선물로 주셨다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신학적 강조점이 있다.
(1) 이스라엘이 그 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선조들에게 주어진 약속이 성취되었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의 참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3)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그 땅을 계속적으로 차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잘 해야만 한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려면 하나님이 설정해 놓으신 특별한 삶이 요구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땅은 약속의 선물이자 책임을 요구하는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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