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드에 근거한 ‘약속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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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드에 근거한 ‘약속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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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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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여호수아<16> 기브온을 구해준 여호수아
 
권혁승교수<서울신대 구약학>

여리고와 아이성을 무찌른 이스라엘은 길갈에 진을 치고 있으면서 본격적인 가나안 점령을 시작한다. 그 첫번째 과정은 여호수아서 10장에 기록된 가나안의 중부 및 남부지역에 대한 공격이었다. 본격적인 가나안 정복 전쟁은 초기 진입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여리고와 아이를 점령했던 초기에는 도시 하나 하나를 공략하는 전략이었지만 본격적인 가나안 점령은 연합군을 형성한 여러 왕들과의 싸움으로 시작됐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기습적으로 공격해 승리를 얻었고, 그에 따라 전쟁 기간도 짧았다.

가나안의 중부 및 남부지역에 대한 점령은 이스라엘과 화친을 맺은 기브온과 관련이 있었다. 그것은 이 지역의 가나안 왕들이 연합군을 형성해 기브온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브온은 이스라엘과 화친조약을 맺기 전에 다른 가나안 왕들과 함께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가깝게 된 것은 곧 가나안 왕들에 대한 배신행위였다. 이에 가나안 왕들은 기브온을 우선적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판단에는 무엇보다 기브온은 비교적 큰 성으로 잘 훈련된 군대 조직을 지니고 있었던 점이다(수 10:2). 그런 기브온이 자신들의 동맹체에서 빠지게 되면 자신들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될 뿐 아니라 또 다른 배신자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었다. 더구나 기브온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곧 있게 될 이스라엘과의 일전에서 자신들이 협공을 당할 위험성도 있었다.

가나안 연합군의 공격을 받게 된 기브온은 길갈에 진을 치고 있던 여호수아에게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에 여호수아는 즉각적으로 군대를 출동시켰다. 이로써 본격적인 가나안 정복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여호수아가 그렇게 신속하게 군대를 동원하여 기브온을 구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것은 기브온과 화친조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기브온과 평화조약을 맺은 것은 이스라엘의 요청이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브온의 위장전술에 속아 넘어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여호수아는 기브온이 당하는 위기를 오히려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한 하나님의 적절한 보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호수아는 그들을 방치해 두지 않고 신속하게 군대를 출동시켰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으로 맺은 평화조약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헤세드’ 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말 성경에서 주로 ‘인자’로 번역되고 있는 히브리어 ‘헤세드’는 약속한 것을 끝까지 지킨다는 ‘신실성’(faithfulness)을 의미한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곧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주신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이심을 보여준다.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헤세드’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은 곧 우리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헤세드’의 이웃이 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그것이 여호수아가 기브온을 향해 지체하지 않고 군대를 동원하여 도와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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