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복제, 인간 실험조작 허용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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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복제, 인간 실험조작 허용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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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6.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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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상 아무 차이 없는 존엄한 인간 생명체


길원평 교수<부산대학교>


‘배아 복제 성공’으로 금방 난치병 치료가 이루어지고 한국이 돈방석에 앉을 것 같은 환상에 들떠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아마도 배아복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어, 먼저 배아복제에 대한 오해를 살펴보겠다.

첫째, 배아는 인간과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배아는 수정란에서 성인으로의 성장과정 중 한 단계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수정란, 배아, 태아, 신생아 등은 인간 성장과정에서 크기와 형태에 따라 편의상 붙인 이름이며, 우리와 본질상 아무 차이가 없는 존엄한 인간 생명체이다.

둘째, 체세포 복제 기술로 만든 배아는 과학기술에 의해 제조된 생산품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복제 배아도 성인이 될 수 있는 완전한 DNA를 소유하고, 자궁에 착상시키면 우리와 똑같은 성인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복제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이룬 배아와 동일한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다.

셋째,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만 추출하여 난치병 치료에 사용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곧 복제 배아를 해체하고 그 생명을 죽인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넷째, 난치병 치료를 위해 배아 복제를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로 구체적인 치료 사례가 없으며, 오히려 배아 줄기세포에 의해 심각한 기형이 유발된 경우도 있다. 반면에 성체줄기세포로 여러 난치병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윤리성은 물론이고 안정성, 활용성, 경제성 면에서 성체 줄기세포가 훨씬 탁월하고, 실제적인 난치병 치료에 근접해 있다.

이제 배아 복제가 갖는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첫째, 배아 복제는 배아를 실험조작하기에, 윤리적 비난을 피하려고 수정 후 14일 이내의 배아는 인간이 아니고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하지만 수정 후 14일을 기준으로 실험해서 죽일 수 있는 무가치한 물질이 존엄한 인간으로 바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수정 후 14일에 나타나는 원시선 모양은 수정란에 있던 유전 정보가 형상화된 것뿐이다. 그것이 인간의 존엄을 결정할 수 없다.

배아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논리는 성인도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유물론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수정란이라는 명백한 기준을 버리고 수정 후 14일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택하면, 큰 이익이 눈앞에 보일 때에 다른 과학지식을 내세워 수정 후 한 달, 심장이 생긴 후, 두뇌가 생긴 후 등으로 인간 출발점에 대한 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인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기준에 도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사고는 열등한 조건을 가진 인간, 예로서 식물인간, 태아, 무뇌아,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 의식을 조장한다.

둘째, 배아 복제는 인간에 대한 실험 조작을 허용하는 출발점이 된다. 우리도 처음에 배아였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한 때는 실험을 해서 죽일 수 있는 무가치한 물질이라는 말인가? 이런 논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생명 경시 풍조를 만든다.

만약 배아에 대한 실험이 보편화되면, 태아에 대한 실험도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수정 후 14일은 연속적 성장 과정의 중간으로 아무런 본질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아에 대한 실험 허용은 수정 후 1~2달의 태아에 대한 실험을 금지시킬 근거를 약화시킨다. 어떤 이유에서든 인간 생명체에 대한 실험이 허용되면, 실험 대상의 범위 확대를 막기 어렵다.

셋째, 배아 복제는 인간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자기에게 필요한 장기를 적출하고 싶지 않겠는가? 인간은 죄성을 가지고 있기에, 윤리적 문제가 있고 많은 부작용이 있을 위험한 기술은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

유엔은 올해 치료 목적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총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미국도 배아 복제를 금지하고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중점 지원하고 있다. 이런 국제 상황 속에서, 한국은 배아 복제를 허용하고 국가 차원에서 배아 복제를 지원하려고 한다. 이때 강력하게 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하여 여론을 일으키고, 배아 복제를 지원하려는 정부의 조치가 중단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것은 배아 복제의 문제점을 실감하는 자의 사명이다.

구체적 방법으로 첫째, 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기독교인들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가톨릭인, 불교인 등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교수, 의사, 법조인 등 전문인을 중심으로 전개하여, 서명한 것을 전문인 분야별로 정부, 정당, 헌법재판소로 보내자. 배아 복제 저지를 위한 발기인대회를 개최하자. 둘째, 배아 복제 반대 여론을 형성하자. 인터넷과 매스컴에서 행해지는 배아복제 토론에 적극 참여하자. 배아 복제 반대 글을 널리 퍼트리자.

배아복제 반대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자. 저명한 사람을 중심으로 헌금을 받아 중앙 일간지에 광고하자. 배아 복제 반대시위를 하자. 매스컴에 반대 활동이 홍보될 수 있도록 행동을 취하자. 우리는 진리를 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진리가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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