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 기획 - 한글 보급에 앞장선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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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한글날 기획 - 한글 보급에 앞장선 기독교
  • 승인 200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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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인과 전도부인들, ‘한글과 성경’ 함께 전파

한글은 조선 세종 28년 ‘음력 9월 상한'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표됐다. 기록에 따라 9월 상순의 끝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서기 1446년 10월 9일’을 기리게 되었다.

그러나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의 서민들에게 아무리 쉬운 한글이라도 별 의미를 갖지 못했다. 소위 유학파 지식인들은 여전히 한문을 애용했으며, 한글 사용의 기회가 없는 서민들은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때 1877년 로스목사와 서상륜, 이응찬, 백홍준 등의 한국인들이 한글 성서 번역에 착수한 것은 우리나라의 한글 보급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1882년 최초의 한글 성서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 ‘예수셩교요안니복음젼셔’가 로스 목사와 한국인들에 의해 스코틀랜드성서공회의 지원으로 만주에서 출간됐다. 이후 1885년 이수정에 의해 ‘신약마가젼복음셔언니’가 미국성서공회의 지원으로 일본에서, 최초의 신약성서인 ‘예수셩교젼셔’가 영국성서공회의 지원으로 만주에서 출간됐다.

선교사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글로 된 성경이 점차 보급됐고, 그 가운데 전도의 열기도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열기도 배가 됐다.

일제시대 농촌계몽운동이 발발하면서 점점 더 배움에 대한 열의가 타올랐으나 따로 읽을만한 책들이 없었다. 당시 성서공회 직원이었던 권서와 전도부인들은 마태, 마가 등의 쪽복음서와 성경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성경을 팔고 복음을 전했다. 또한 이들은 한글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상대로 성경을 통한 한글 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권서제도는 특히 서세 동점기에 영국성서공회와 스코틀랜드성서공회 그리고 미국성서공회가 세계로 진출하고 각 국에서 경쟁적으로 반포 활동을 할 때 발달했다. 각 성서공회는 진출한 지역에 현지 교인을 권서로 고용하여 반포 활동을 했는데, 그것은 외국인이 성경을 반포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고 반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개화기 이전의 한국처럼, 외국 종교의 수용과 외국인의 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된 곳에서는 특히 권서제도가 선교 활동을 위해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조선 말기의 양반집 여성들은 교육을 받긴 했으나, 그것도 시집가기 전후 신행 1~2년 동안 시댁과 친정집에 언문편지를 쓰기 위함으로 그 이외에 사용 기회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운동을 통해서 글을 읽을 필요가 생기고 가르칠 필요를 갖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곧 한글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또한, 국민학교 운동이 일어났으나 그것마저도 배우지 못하는 이들이나 나이 때문에 혜택을 못 받는 이들은 권서나 전도부인들에게 한글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성경을 가르치는 방법과 기관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나 가족별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주일학교, 하기성경학교, 성경구락부, 성경학원, 신학교, 국가교육법에 따라 허가를 얻어 설립하는 소학, 중학, 대학같은 각급의 교회 학교를 통하여 성경을 가르치기도 했다. 신자로 하여금 성경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문을 가르쳤다. 따라서 신자치고는 국문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이 같이 성경교육은 우리말의 발전과 국문 보급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지금은 교육이 발달되어 교인이 아니라도 대부분이 한글을 알게 됐지만 교회가 처음 들어오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문맹은 더 많았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신자가 되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기 위해 한글을 배워 알게 됐다. 그러므로 신자 수의 증가와 정비례로 한글을 아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고, 우리말은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같이 기독교는 개화기 한글 사용과 우리말 발전에 앞장선 또 다른 형태의 ‘민족 종교’라 할 수 있다.

현승미기자(smhyun@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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