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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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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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 ⑨미소 전하는 헤어 디자이너 김경희 권사

‘미용’,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

신촌성결교회(담임:박노훈 목사) 예배당 바로 오른편에 ‘주일은 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아담한 미용실이 있다. 마침 유리창에 비친 머리가 덥수룩하다. 이끌리듯 미용실로 들어갔다. 

“커트해드릴까요?” 정갈하게 손질한 머리와 차분한 목소리. 김경희 원장이다. 머리 한 번 잘못 깎으면 몇 주는 와이프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다 보니 미용실을 고를 때는 나름 기준을 둔다. 그런 점에서 미용사의 용모와 분위기는 일단 합격이다. 

“교회… 다니시나 봐요?” 바로 옆 신촌성결교회를 다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신앙생활 30년이 넘은 권사란다.

“제대로 다닌 건 서른 살 넘어서부터에요.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따라서 교회도 가고 구역예배도 따라 다녔지만, 한참 동안 교회와 멀리 떨어져 살았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계기가 되어서 다시 교회로 향했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외할머니가 심은 복음의 씨앗이 늦게나마 싹을 틔운 셈이죠.”

원래부터 미용을 한 건 아니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다 낳은 후,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와 한집에 있는 시간이 편치 않았다고. 단골 미용실 원장의 권유로 야간에 학원을 다니며 미용 기술을 배웠다. 미용실을 차리자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서 좋았다. 일에서 얻는 기쁨도 컸다.

직업으로 시작했지만, 신앙생활과 만나며, 이웃을 향한 사랑의 도구가 됐다. 무려 12년간 교회의 의료인과 미용인들로 이뤄진 ‘신촌 의료 봉사단’ 일원으로 라오스며 베트남이며, 캄보디아며, 주로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로 선교를 떠났다. 봉사를 가려면 가게 문을 일주일씩 닫아야 했지만, 수입도 포기하고 12년을 그렇게 다녔다. 처음에는 문 닫힌 미용실을 보고 손님들이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올해는 안 나가?” 하며 먼저 물어보는 단골들이 생겼다. 

선풍기도 하나 없는 오지에서 몇 시간씩 미용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항상 힘들었지만 한명이라도 더 해주고 와야겠다고 마음으로 임했다. 그마저도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가지 못했다. 이제 환갑이 훌쩍 넘은지라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도 다시 팀이 꾸려지면 쉽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같이 하던 분들이 계신데, 제가 빠진다고 하면 그분들 힘 빠질 거 아닙니까.”

신앙인으로서 전도에 대한 고민도 있다. 손님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일 년에 8명을 전도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교회에 정착 못한 손님들이 미용실까지 발길을 끊어버리는 일들이 많았던 것. 

“그분들 딴에는 미안해서 못 오는 거죠. 저한테는 생업인데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어요. 가게 하면서 전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 후론 우리 교회로 오라곤 잘 안 해요. 동네 교회로 가시라고 하죠.”

‘미소헤어코디’라는 상호처럼 김 원장은 이곳을 찾은 모든 손님이 미소를 머금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끝으로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허락될지 알 수 없지만 ‘삶의 예배’로서 미용사의 일을 잘 해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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