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엔 영혼 어루만지는 힘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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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엔 영혼 어루만지는 힘이 있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5.16 15: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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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⑪ 음악치료사 정필은 성도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내담자 대해

프리랜서 음악치료사 정필은 씨.
프리랜서 음악치료사 정필은 씨.

창세기 4장은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 인류 최초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다. 아담의 7대손인 ‘유발’에 대해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으며”(21절)라고 서술하는데, 이때 이미 악기가 존재했던 것을 생각하면 음악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 속에서도 수많은 기쁨과 환희, 절망과 애통의 현장 속에 음악이 있었다. 애굽을 탈출하고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이 불렀던 찬양, 적에게 둘러싸인 가운데서도 소망을 노래한 다윗의 노래가 그랬다.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개인과 공동체를 치유한 음악들이다. 어쩌면 음악에는 리듬과 멜로디, 화성뿐 아니라 영혼을 만지는 힘이 깃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서 음악치료사 정필은 성도(울산시민교회)도 이런 ‘음악의 힘’을 굳게 믿고 있는 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교회에서 장애인 아이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음악치료사’로의 부르심을 발견했다. 초보 난타 선생의 어설픈 수업에도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 장애아동들에게서 음악의 힘을 발견한 것. 마침 지인의 조언으로 ‘음악치료’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서울의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치료대학원에 입학해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올해로 5년 차 치료사가 된 그에게 모든 내담자, 모든 현장이 새롭고 가슴 뛰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익숙해진 측면도 있고, 활용할 레퍼토리도 많아졌다. 그럴수록 정 치료사는 영혼 없이 치료에 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간혹 몸이 피곤할 때는 ‘하던 대로’ 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이건 거룩의 모습이 아니야!’ 하면서 반성하죠. 삶의 작은 일이라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참된 거룩이라고 믿습니다. 치료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완전히 몰두한다든지, 치료사로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정 치료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내담자들이 많다. 특히 장애 정도가 심해서 치료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던 아이들의 케이스가 아무래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시간이 쌓여가며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치료사로서의 기쁨 이상의 깨달음까지 얻게 된다.

“자폐 증상이 심해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1년 반 전에는 악기를 패듯이 두드리던 친구였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의 구조와 일정한 박자와 규칙 등을 제시하며 치료 중재를 해봤습니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아이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하며 박자를 맞춰 연주하더군요. 다른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 몰라도 이 친구에게는 18개월이나 걸려서 해낸 놀라운 성취에요. 이 아이를 보면서 성령의 열매 가운데 ‘오래 참음’을 배웠습니다. 하나님도 우리를 위해 오래 참으시잖아요. 성경 속 이스라엘 백성들은 계속 죄를 짓고 우상을 만들기를 반복하죠. 그런데도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고 결국 그들을 가나안에 들어가게 하시죠. 어떤 내담자를 만나든지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 치료사의 현장은 다양하다. 장애아동뿐 아니라, 학교 부적응이나 범죄에 연루된 청소년들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정 치료사에게 ‘긍휼한 마음’을 부어주신다.

“아이들과 깊이 대화하다 보면 가정도 영혼도 많이 깨져있어요.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하나님의 마음을 구합니다. 고아와 과부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요.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눈이 가 있듯이, 하나님의 시선과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때 치료 수업의 질이 더 높아질 뿐 아니라 아이들의 영혼에도 복음의 선한 씨앗이 심기고, 언젠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거라고 기대합니다.”

정 치료사는 계속 묵묵하게 자신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고 순간순간 하나님의 마음을 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비전’이라고 했다. 자신이 하나님보다 앞서가지 않겠다는 겸손하지만 묵직한 각오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어떤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지, 그것이 저에게 가장 큰 관심사에요. 그 길로 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서 이루실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저의 힘으로 어떤 거창한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어떤 선 하나 정도 그을 수 있다면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기쁘고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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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쏭 2022-05-16 17:24:27
아름다운 크리스쳔의 모습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