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교회 지도자가 군 복무를 거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그리스도인들이 군복무를 거부한다면 제국은 누가 지킬 것인가?

이것은 앞서 언급한 켈수스(Celsus)와 같은 이교 철학자들의 거듭된 추궁이었다. 이 점에 대한 테르툴리아누스의 대답은 이교도들이 볼 때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제국의 수호를 위한 무기를 버릴 때 발생하는 제국의 위기를 테르툴리아누스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보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든 그 여파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테르툴리아누스가 『화관론』을 쓴 시기는 몬타누스파(Montanists) 이단으로 전향한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몬타누스파는 임박한 재림에 대한 기대 속에 살았던 종말론적, 열정주의적 이단이었다. 테르툴리아누스 또한 재림의 때가 임박하다고 보았으므로 군사적 안전이든 위기이든 간에 그것은 곧 지나갈 것이며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했고, 군 복무는 우상숭배에 해당함으로 종말의 때를 사는 기독교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 숭배라는 국가적 이데올로기 하에서 군인이 국가의식이나 종교 관행들을 거절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따라서 군 복무를 허용한다는 것은 곧 우상숭배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특히 군 복무 중에 강요받게 될 이교 사원의 경비, 식사 중 금지된 음식의 섭취, 군인의 서약, 군기 숭상, 시신(屍身) 화장, 그리고 군 내부의 각종 비도덕적 의식과 관행 등은 기독교인들이 동참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테르툴리아누스는 군 복무를 우상숭배로 보아 반대한 것이다. 그는 우상숭배를 살인 행위보다 더 중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간주했다.

테르툴리아누스가 군복무를 반대한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그것이 우상숭배의 위험 때문인가, 아니면 군인이 수행하는 피 흘림이나 살상(殺傷) 때문인가? 아니면 양자 모두를 포함하는가? 존 헬제렌드(J. Helgeland)는 테르툴리아누스가 기독교인들의 군복무를 반대한 것은 우상숭배의 가능성 때문이지 평화주의 때문이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저명한 고대교회사가인 캄펜하우젠(Hans von Campenhausen)도 테르툴리아누스는 군인들의 살상이나 유혈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석하고, 테르툴리아누스가 염려했던 것은 우상숭배의 위험성이라고 지적한다. 테르툴리아누스가 우상숭배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던 것은 간음, 살인과 함께 우상숭배를 용서받을 수 없는 세 가지 대죄(大罪)로 규정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테르툴리아누스가 우상숭배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려한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피 흘림에 대한 염려 때문에 군 복무를 반대했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 메노나이트교도들을 포함한 평화교회 신학자들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테르툴리아누스의 『우상숭배론』은 반전사상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이 책의 내용을 둘러싼 해석의 문제는 이 책의 저술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책은 하르나크의 견해에 따라 몬타누스주의로 기울기 이전인 198년에서 203년 어간에 쓴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 근거하여 메노나이트교도인 존 드라이버(John Driver)를 비롯한 역사적 평화교회 신학자들은 테르툴리아누스가 우상숭배뿐 아니라 살상의 가능성, 곧  칼로 행사되는 폭력이나 전쟁을 반대했기 때문에 군 복무를 반대했다고 주장한다. 비록 테르툴리아누스는 기독교인은 군인이 될 수 없다며 군 복무를 반대했지만 물론 당대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테르툴리아누스의 의견을 추종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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