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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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방법
  • 송태호 원장
  • 승인 2019.04.1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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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③ 행복한 신앙

‘감기가 하나도 안 나았어요.’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의 목소리가 날 서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감기가 걸려 몸살과 인후통이 아주 심했던 환자였다. 그래도 증상호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진료결과 목 안 쪽이 약간 헐었다. 환자에게 진료결과를 설명하고 투약과 통증완화를 위한 근육주사를 처방 하였는데 환자가 투약을 거부하고 주사만 맞겠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서 식사를 제대로 못해 내가 처방 한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고 했다.

머리 속에서 잠시 울컥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경우도 제법 흔하기에 환자를 상대로 다시 교육에 들어간다. “감기란 게 본인이 낳는 거긴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합병증이 생기니 약을 처방 하는 것인데, 약을 제대로 안 드시면 차도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의사가 약을 하루 3회 처방 한 이유는 3회를 드셔야 몸 안에 적당한 약의 농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 두 번 정도 식사를 거르셔도 약은 그냥 시간 맞춰 드시는 게 좋습니다.” 약국에서 식후 30분이란 복약지도를 너무 잘해서 인지 몰라도 의외로 식사를 걸렀다고 약도 거르는 환자들이 많다. 의사가 특별한 지시를 내린 상황이 아니라면 처방 받은 약은 예정된 시간에 먹을 때 비로소 최상의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밀가루 음식은 먹어도 되나요?’란 말도 마찬가지이다. 이 말은 위, 장이 불편한 경우에 환자들이 의사에게 식이요법에 대해 물을 때 지레 묻는 이야기이다. 이 만큼 많은 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사실 나는 나의 스승이나 선배의사나 교과서에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기억이 없다. 만일 이 말이 사실이라면 밥이 주식인 우리야 피하면 그만이니 별 문제 없지만 밀가루가 주식인 바다건너의 수 많은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전통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어쩔지 모르나 현대의학에서는 적어도 금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리 저리 궁리해 보았다.

입안에 있는 침은 씹는 작용과 더불어 소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입안에서 음식물을 잘게 쪼개는 동안에 침 안에 있는 소화효소가 활발히 작용하게 되어 음식물이 식도를 거쳐 위장에 도착하게 되었을 무렵에는 이미 탄수화물은 어느 정도의 분해가 이루어진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밀가루로 이루어진 음식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입안에 오랫동안 머물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수나 빵을 오랫동안 씹어먹는 사람은 없을 테니 부드러운 빵이나 국수 수제비 등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입안은 단지 경유할 뿐 곧바로 위장으로 직행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위장의 기능이 정상인 사람과 약한 사람간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기능이 정상인 사람들은 이런 과부하를 위가 견디는 반면 기능이 약해진 사람들은 부대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이나 물에 말아먹거나 짧은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는 등 입안에서 충분히 씹지 못하고 넘기는 모든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밀가루 음식을 피하라는 말은 모든 음식은 충분히 씹어서 먹으란 말로 바뀌어야 옳다. 오랫동안 충분히 씹어 먹는다는 것은 위의 소화 부담을 줄이는 이외에도 과식을 피하도록 조절해 준다. 식사시간이 길면 포만중추가 식사 도중 만족감을 느껴 식사량을 줄일 수도 있다.

‘된 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속담이 있다. 된 밥은 충분히 씹지 않고 넘기기 어려우니 새삼 옛 선인들의 지혜를 돌이켜 보게 된다. 성경말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러 번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구절을 깊게 묵상하다 보면 하나님께 조금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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