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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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 (2)
  • 승인 200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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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번역될 때에만 참된 계시의 말씀

사실상 이 세상에는 성경 언어인 히브리어와 아람어, 헬라어를 정확히 자국어로 번역해 놓은 성경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그렇게 번역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성경 속에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거의 접근한, 아니 완전히 일치된 내용은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성경은 있는 그대로(as it is) 번역될 때에만 참된 계시의 말씀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성경 번역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힘겨운 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2003년 5월 26일) 합동총회 개역 개정판 성경대책위원회는 대한성서공회에 개역 개정판에 수정해야할 부분(72곳), 새로운 개정(10곳) 그리고 난하주 첨가(2곳)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였다. 총 85곳에 이르는 수정 요청안은 대한성서공회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합동측 대책위원장(최기채)과 성서공회 위원장(정진경) 사이에 개정합의안이 작성되기까지 했다.

1. 합동총회대책위원회에서 환원을 요청한 곳(73곳, 42종) : 위원회에서는 신약(27곳, 23종)과 구약(46곳, 20종)의 일부 내용들을 개역 성경에로 환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마태복음 5:11(나를 인하여) ←나로 말미암아(개정) - 헬라어 원문 ‘헤네켄 에무’는 소유격과 함께 쓰이는 변칙 전치사로서 ‘~때문에’(because of, on account of, for the sake of)를 의미한다. ‘나로 말미암아’는 원문의 의미도 아니고 문맥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마땅히 ‘나를 인하여’ 혹은 ‘나 때문에’로 환원시켜야만 한다.

·마가복음 7:22(흘기는 눈) ←‘질투’(개정) - ‘악한 눈’(KJV), ‘질투’(Rieu), ‘시기’(Mof)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문자적으로 번역하면 ‘악한 눈’(an evil eye)이며,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은유적으로는 ‘시기’나 ‘악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흘기는 눈’은 못마땅해서 노려보는 눈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질투’라는 번역이 원문의 의미에 더 접근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마가복음 7:22(훼방) ←‘비방’(개정) - 굳이 둘 사이의 의미를 대조해 보면 ‘훼방’은 ‘남을 헐뜯고 꾸짖는 것’인 반면에 ‘비방’은 ‘남을 헐어서 욕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문 ‘블라스페미아’는 ‘훼방’, ‘비방’, ‘명예훼손’, ‘신성모독’ 등의 뜻이 있다. 그러므로 이 단어는 개정할 필요도 없었고 또 굳이 환원해야할 필요도 없다.

·누가복음 3:3 (죄사함을 얻게 하는) ← ‘죄사함을 받게 하는’ (개정) - 원문에는 ‘에이스 아페신 하말티온’으로 되어 있는데, 단지 ‘죄를 사하는’(for the re-mission of sins)을 의미한다. ‘죄를 용서케 하는(Beck), ‘죄 용서함을 얻게 하는’(Wms) 등의 번역이 있다. 본문의 뜻은 ‘죄를 말미암아 받아야 할 형벌을 면하게 해주는’ 이다. 원문에는 ‘얻는’, ‘받는’이라는 뜻이 없으므로 이 문장은 신학적, 문법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죄사함을 받는’은 문법적으로, ‘죄사함을 얻는’은 신학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보여진다. 필자는 회개 세례의 효능을 강조하는 죄사함을 의인화 한다는 의미에서 차라리 ‘죄사함을 얻게 하는’으로 환원하는 편을 택하고 싶다.

·누가복음 15:2(원망하여) ←‘수근거려’(개정) - ‘불평하여’(Mon, Amp), ‘투덜거리는’(NEB, Beck), ‘흠을 찾아’(TCNT) 등의 번역이 있다. 헬라어 ‘디에공구존’ (‘디아공구조’의 미완료 3인칭 복수)은 ‘불평하다’, ‘투덜대다’의 의미가 있으므로 약한 표현인 ‘수근거려’(개정)보다는 ‘원망하여’(개역)의 뜻이 더 낫다고 생각된다.

·요한복음 19:30(영혼이 돌아가시니라)← ‘영혼이 떠나가시니라’(개정) - 원문의 뜻은 ‘그가 자신의 영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셨다’. ‘영혼이 돌아가시니라’나 ‘영혼이 떠나가시니라’는 원문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우리말 어법을 따라서 번역한 것들이다. 어느 쪽을 택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사도행전 22:22(‘세상에서 없이하자’) ←‘세상에서 없애 버리자’(개정) - 원문에는 ‘아이레’(‘아이로’의 현재 명령법 2인칭 단수 능등)로 되어 있는데, ‘제거하다, 옮기다, 내쫓다, 파괴하다, 죽이다’의 뜻이 있다. 굳이 환원시키자고 고집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로마서 2:19~20(네가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규모를 가진 자로서) ←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모범을 가진 자로서’(개정) - 원문에는 이 부분이 뒤편에 놓여져 있어서 영문 번역에는 관계대명사로 앞의 선행사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20절). 개정판에서는 영문 번역처럼 이 부분을 ‘맹인의 길을 인도하는 자요 어둠에 있는 자의 빛이요’ 다음에 놓고 있다. 문제는 ‘가진 자로서’ (‘에콘타’, ‘에코’의 현재 분사 중. 주. 등)가 이끄는 분사 구문이 현재 개역 성경처럼 ‘맹인’ 부분까지 수식하는지, 아니면 ‘어리석은…’ 부분까지 수식하는지 여부에 있다고 본다. 문법적으로는 두 경우가 모두 가능하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규모’는 바로 앞부분에 있는 ‘어리석은 자의 훈도’와 ‘어린 아이의 선생’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개정판은 ‘진리의 규모’(‘텐 모르초신 테스 알레데이아스’)를 ‘진리의 모범‘으로 번역했고, ‘규모’에 해당되는 헬라어 ‘모르포시스’는 ‘구현, 규정’을 의미하며, 본문의 뜻은 ‘율법책에 지식과 진리의 규정을 지니고 있는 자’이다. 번역본들은 ‘관례’(ASV), ‘완전한 모본’(Con), ‘필수사항’(Nor), ‘개요’(TCNT)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 부분은 개정판의 번역이 더 낫지만 ‘규범’으로 번역하는 편이 더 좋다.

고영민교수. 천안대 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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