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들이 만드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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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들이 만드는 역사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8.07.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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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59

“몽고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제법 공부를 했다고 아는 척을 할 때, 느닷없이 아버지가 던진 질문이었다. 몽고(mongolia)란 ‘칭기즈 칸’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제국이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던 나는 무척 당황했다. 명, 청 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질 뻔한 나라가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는 ‘울란바토르’를 수도로 하여 동아시아의 큰 내륙국이 되었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나의 무지가 부끄럽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원전 99년, 흉노에 투항한 친구 ‘이능’을 변호하다가 한나라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궁형(거세)을 받고 투옥당한 사람이 ‘사마천(Sima Qian)’이다. 

아버지의 유훈이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그는 결심하고, 출옥한 뒤에도 전념하여 기원전 91년에 완성한 책이 그 유명한 ‘사기(Records of the Grand Historian)’이다. 치욕스럽게 생명을 부지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던 그의 친구에게 그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역사인식을 말했다. 

“나는 살아서 역사를 쓰고 싶었다. 이 나라 간신배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쳐놓고, 황제가 얼마나 어리석었으며, 백성들은 또한 어떻게 괴로워했는지, 그러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나는 살아서 모든 것을 역사에 남길 것이다. 나는 살아서 수치스럽지만, 이 나라의 어리석은 지도자들은 두고두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발간되기 무섭도록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HISTORY OF WRITING HISTORY)’라는 책이 있다.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헤로도투스’에서부터 출발하는 역사가들을 망라하여 모아놓은 책이다. 그러나 그 역사가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며, 어떤 방식으로 내일에 대한 내다봄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답지 않게 슬그머니 발을 뺐다. 

역사는 그 끌어가는 주인(Lord)을 만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주인 없는 역사는 ‘문학’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아챘나보다. 역사가 ‘이야기꾼들의 현란한 말장난’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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