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없는 시대, 감사하는 성도로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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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없는 시대, 감사하는 성도로 살아가라"
  • 승인 200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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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주일을 1주일 여 앞둔 지난 9일. 초겨울의 기운이 스며든 바람이 가득한 들판에는 추수가 끝난 뒤의 허허로움만 남아있었다. 바닥을 드러낸 논에는 벼를 베고 난 후 남은 밑둥 뿐이었고, 물기 하나 없이 드러난 논바닥은 이미 단단할대로 굳어져 발자국조차 찍히지 않았다.

인근 교회에 출석한다는 김상국씨(62. 가명)는 소 여물로 먹일 볏단을 가득 실은 경운기를 멈추고 “흔히들 추수감사절이라고 하면 알곡이 토실토실하게 영근 볏단을 가득 안은 우리 같은 농부의 모습을 떠올리지만, 막상 농사를 짓다보면 교회에 다니는 나로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기 힘들다”며 농부으로서의 힘든 일상을 털어놓았다.

김씨의 말도 그렇지만, 월급쟁이건 자영업자건 간에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지금은 감사할 조건을 찾기 힘든 시대’라고 한다. 주변의 상황이,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도무지 감사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지금같은 시기에 ‘감사하는 성도로 살아가기는 참 어렵다’는 말과도 같다. 감사의 조건보다는 감사하지 못할 조건이 먼저 떠오르고, 감사에 대한 표시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는 것이다.

성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런 현상과 관련 주상교회 권상진목사(52)는 “성도들의 신앙이 쇠락했다기 보다는 IMF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경제상황과 이에 따른 생활의 빠듯함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겠지만, ‘감사의 조건을 찾아 감사하는 적극적인 신앙 자세’가 감사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반월중앙교회. 이 교회는 몇 년 전부터 추수감사절 헌금 봉투에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할 일 10가지’를 적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가지를 적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성도들의 공통된 대답이었지만, 추수감사절 헌금이 담긴 봉투에는 지난 1년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보살핌과 축복의 흔적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감사가 없는 시대에 감사하는 성도로 살아가기가 힘들지만, 감사의 조건을 찾으면 그 또한 무궁무진하게 감사할 수 있다는 신앙의 역동성을 찾아야 된다는 말이다. 보이지 않고 생각나지 않는 상황에서 감사의 조건을 찾는 ‘신앙적 적극성’이 바로 감사의 시대를 살아가게 하는 성도의 자세라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11월 셋째 주에 지켜야 된다’라는 개념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농·어촌을 떠나 도시와 직장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추수’라는 개념이 희박해진 것도 이유이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추수가 이미 한 달 전인 추석을 전후로 끝나는 것이 더 주된 이유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추석을 기점으로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추수감사절은 추석이 있는 주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런 추세는 농·어촌 지역의 교회보다는 도시 지역의 교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리고 나이별로는 장년층보다는 청년·대학층에서, 직분별로는 목회자보다는 평신도층에서 이런 의식이 강하다. 명성교회의 경우 10월 마지막 주인 10월26일 이미 예배를 드렸다.

이처럼 추수감사절 예배의 탄력적 운용에 참가하고 있는 교회가 확산되고 있지만 반면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또한 강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0년 11월, 기독교인터넷방송인 C3TV가 ‘11월 셋째 주 추수감사절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지’를 물은 결과 81.02%가 ‘반대한다’, 18.98%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분위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은 추수감사절이 현재대로 11월 셋째 주에 드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추수감사절 예배의 변경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추수 감사는 성경적 전통에 서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시기가 문제다. 지금의 시기는 한 달 가량 늦는 시기다. 한국의 추수기에 맞추어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며, 반대하는 쪽에서는 “추수감사절은 단순한 추수의 의미를 넘어 영혼 구원의 의미도 있다. 1년 동안의 전도의 열매를 결산하는 의미도 내포하는만큼 지금처럼 11월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 예배의 시기에 대한 논란은 그저 논란일 뿐 각 교회의 형편에 따라 추석을 기점으로 11월 셋째 주까지 탄력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도들은 시기보다는 ‘감사가 없는 이 시대에 감사하는 성도로서 살아가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추수감사절이 어떤 때 드려지든 한 해 의 생활에 깊숙히 관여하셔서 건강한 신앙과 삶이 되도록, 때에 따라 모자람이 없이 풍성하고 넘치도록 축복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일을 우선으로 한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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