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즐기는 ‘욜로족’ 증가…수요자 고려한 기독교문화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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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즐기는 ‘욜로족’ 증가…수요자 고려한 기독교문화 창출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2.1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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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관람객 증가 기독교문화의 역할은?

A씨(여·32세)는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 일찍 홀로 영화관을 찾는다. 이번 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한창 인기몰이중인 ‘너의이름은.’을 봤다. 이번이 3번째 관람이다. 평소에도 재미있는 영화는 두세 번이고 다시 본다는 A씨는 “좋은 영화는 세 번은 봐야 그 영화의 진짜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직장생활 5년차인 B씨(남·34세)는 최근 세 달치 월급을 털어 갖고 싶던 카메라장비를 구입했다. 일을 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따로 적금을 들지는 않는다. “매년 혼자 해외로 여행가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는 B씨는 “월세 40만원의 오피스텔에 살고 있지만, 먼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면서 사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단 한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인식이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먼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단 한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인식이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계에는 1인관람객 증가 등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세대를 ‘욜로족’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에 결혼 준비, 내 집 마련, 노후 대비 등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 속에서 즐거움을 찾자는 흐름이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불안한 고용현실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진 청년들의 씁쓸한 단면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욜로’를 2017년 트렌드로 밝힌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그의 저서 ‘트렌드코리아’에서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 결과”라면서, “일본의 사토리(달관)세대는 덜 벌고 덜 쓰고 덜 일해도 행복하다며 최소한의 삶에 안주하지만 욜로족의 경우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모하더라도 도전하고 실천하는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문화계에서는 ‘1인 관람객’과 ‘N차 관람’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영화 관객의 4.8%였던 1인 관객이 2015년 13.5%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는 1인 1매 구매건수가 2005년 전체의 11%에서 지난해 43%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공연 업계는 이처럼 ‘혼공’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1인 1매 구매제한 콘서트가 늘면서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캐스팅 별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관객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영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CGV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관객 중 7.2%에 불과했던 1인 관람객 비율이 2014년 8.3%, 2015년 9.8%로 성장세를 나타냈고, 2016년 상반기에는 11.7%를 차지했다. 이들 관람객 중 20~30대 젊은 세대가 전체의 약 70%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 문화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극단 조이피플 김창대 대표는 “기독교 공연은 교회단체의 관람이 많지만, 작년이나 올해 초 홀로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작품을 연달아 보는 ‘매니아층’ 관객도 증가하고 있다. 조이피플이 600여회 이상 장기공연을 펼쳐온 천로역정의 경우 2번 이상 공연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조이피플은 반복 관람객에게 공연의 티켓을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중에 있다.

이처럼 각종 공연이나 문화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독교문화계는 그렇다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필름포럼의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기독교영화계도 작품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높아질 때 다양한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의 질적 향상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그는 “필름포럼은 2015년 개관 이래로 매년 극장이나 카페공간의 변화를 통해 1인 관람객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공연, 전시 등의 기독교 문화계서도 1인 관람객의 수요에 맞는 변화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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