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중의 문화칼럼] 영가(Spiritua), 대중음악의 원류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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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의 문화칼럼] 영가(Spiritua), 대중음악의 원류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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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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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연중의 CCM프리즘 (21)

세계 음악의 중심은 블랙뮤직(Black Music), 즉 흑인음악으로 재편되고 있다. 2003년 10월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역사상 처음으로 톱(Top) 10의 모든 곡이 R&B나 힙합 같은 흑인음악으로 채워진 사건 이후로 이러한 열풍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현재 국내 대중음악 시장도 마찬가지다. 힙합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들이 각광 받고 있고, 이를 통해 소개되는 곡들은 음원차트를 석권하면서 관련된 신생 음반 레이블들도 순식간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빌보트 차트와 국내 가요차트를 분석해보면 흑인음악적인 요소가 믹스된 곡들이 과반수를 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적 블랙가스펠을 표방한 ‘브라운가스펠’이라는 장르를 통해 본격적인 흑인음악을 선보인 정통 가스펠 그룹 헤리티지는 대중음악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가스펠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가스펠 불모지로 여겨진 대한민국에서 가스펠밴드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흑인 음악이 국내 대중음악의 주류로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현재 세계음악의 흐름은 흑인음악 중심 구도 아래 놓여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오랜 역사 속에서 진행되어온 것으로, 미국 대중음악사도 흑인 음악의 탄생과 시작했다. 이는 흑인 음악의 발전과 변화는 대중 음악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흑인 음악의 원류는 종교적인 신념을 내재한 영가의 발전적 형태, 가스펠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가스펠의 역사는 대중음악의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20세기 음악사에 대표적인 아이콘 중 하나인 록큰롤(Rock&Roll)에 모티브를 제공한 것도 가스펠이었고, R&B와 소울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가스펠이었기에 대중음악의 발전은 지속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 흑인 대중음악의 시작은 현재의 화려한 외형과는 다르게 삶에 대한 치열하고 슬픈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짐승처럼 포획되어 대서양 건너 신대륙의 노예로 팔려가는 아프리카 흑인들은 배 안에서조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노예상인들을 위해 노래하고 춤춰야만 했다. 신대륙에 도착한 노예들이 불안한 미래와 고된 노동에서 유일하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고향의 음악과 춤이었다. 생명까지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들이 자기들만의 양식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는 살기 위한 삶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목화밭에서 중노동의 고통을 잊기 위해 노동요를 불렀고 백인 주인들에 의해 전해진 기독교신앙을 통해 암울한 현실에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출애굽을 통한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 이야기는 부당한 삶을 강요당해 온 흑인들에게 가나안을 꿈꾸게 했다.

이는 모든 만인을 평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을 자신의 구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구원과 평등사상을 내재된 기독교는 이들에게 목적 없는 삶 속에 간절한 희망과 신분해방의 명분을 주었고 이런 소망들은 영가(Spiritual)라는 음악과 샤우트(Shout)라는 종교적인 춤과 몸짓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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