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요나 목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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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요나 목사 구하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7.09 03: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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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는 결국 니느웨로 갔다

지난주였다. 요란했던 퀴어퍼레이드가 끝나고 얼마 안된 어느날 홀리라이프 대표 이요나 목사와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SNS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최근 개독교에서 부쩍 반동성애 선동에 몰두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재생산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요. 즉 새누리당에서 위기 때마다 레드 콤플렉스 이용하듯이 동성애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신도들에 대한 이념적 통제를 강화하는 거랍니다"라는 진중권 교수의 발언이 시초가 됐다. 

이요나 목사는 "진중권인지 뭔가하는 교수 나부랭이가 동성애를 알면 얼마나 알고 항문섹스를 알면 얼마나 알기에 지 넘을 창조해서 숨쉬게 하고 밥 처먹게 하고 부부생활해서 새끼도 낳게 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겐지..."라며 진교수를 겨냥해 게시글을 남겼고, 여기에 진 교수가 다시 "예수님, 불쌍한 이요나 목사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목사님이 부디 몹쓸 개독병에서 치유함을 받아, 참된 주님의 게이로 다시 태어나시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아멘"이라고 응수하면서 양측의 발언 수위는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내용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전의 전문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으나, 욕설의 수위가 너무 높아 차마 옮기지 못했다.)

이후 감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방이 난무했고, 네티즌들이 가세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를 보던 다수의 네티즌들은 평소 비아냥 섞인 조롱투의 언사를 빈번하게 구사해왔던 진 교수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사람이 그럴만한 짓을 했다"고 후한 인심을 보인 반면, 이 목사에 대해서는 "바닥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 싸움을 관전(?)했던 한 사람의 네티즌으로서,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 이 목사와 인터뷰를 했던 기자로서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애초에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목사가 열린 공간에서 '폭주'하는 모습을 보인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목사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정체성이 앞으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더욱 거세게 불어닥칠 동성애 물결에 절실하게 필요할텐데 그가 '이렇게 쓰러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알려진대로 이 목사는 동성애자로서 이태원에서 '잘 나가는' 게이바를 운영했던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회심하여 목사가 됐고 동성애자와 교회사이에서 '연결고리'로서 존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돼왔다.

특히 이번 동성애 축제를 앞두고 원색적인 비난이나 무조건적인 반대운동이 아닌 문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등, 교회와 동성애 옹호측 모두로부터 "그래도 이요나가 하는 말은 들어볼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필자는 이번 사건이 그가 앞으로 전개해나갈 사역에 있어서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이들에게도 이번 일로 '이요나의 말은 더 들을 것도 없다'고 치부해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싶다. 

베드로도 예수님을 잡으러 온 병사의 귀를 자르는 다혈질적인 면을 보였다. 예수를 만나기 전 베드로가 살아왔던 가닥이 드러난 것이다. 베드로뿐이랴. 필자 또한 아주 사소한 일에도 속사람이 튀어나오는 부끄러운 사람이기에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

이요나 목사는 이렇게 쓰러져서는 안된다. 그에게는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동성애자들을 교회가 사랑해야한다. 반대를 하더라도 '개독교' 소리 듣지 않게 해야한다"던 이 목사 말이 기억에 남는다.

뜻밖의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사랑하고 품어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보여준다면 '연결고리'로서 만이 아니라 '바른 길'을 찾아나가는 '열쇠'도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기대도 해본다.
 
성경 속 요나는 결국 니느웨로 갔다. 이 목사 역시 같은 길을 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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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깜짝이야 2015-07-09 14:25:15
그리고 아무리 아버지이신 목사님께 실망을 했더라도 아들의 예의를 지켜야하시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은 욕하더라도 신성하신 하나님은 욕하지 마세요~

오깜짝이야 2015-07-09 14:22:43
이번 일은 진중권교수님이 먼저 빌미를 제기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인도 목사님 아들이시라는 분이,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라는 분이 그렇게 원색적이고 거친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쏟아부으셔서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좋았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라간 순간이였습니다. 이요나 목사님도 응대하시다보니 조금 감정적으로 나오시게 되었지만 진중권 교수님 앞으로 실망좀 않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