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의 문화칼럼]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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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문화칼럼]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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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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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35)
▲ ⓒ빈들에 충만, 방효성.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망했습니다”(You made it. and you are fucked). 이 말은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지난 22일 뉴욕대 예술대 티시스쿨 졸업식 축사에서 던진 첫마디다. 졸업생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위한 이 연설은 상투적인 축하 메세지가 아닌 독설이었다. 연설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고 언론마다 올해 최고의 졸업식 축사라고 보도했다.

로버트 드니로(72)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인물이다. 대선배가 예술대를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이상과 꿈이 아닌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보다 이성적인 전공을 했다면 안정적인 직장과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테지만 예술계 전공은 졸업과 동시에 혹독한 거절과 실패가 남아있다는 현실을 직시한 노 선배의 교훈적 일침이었다. 이렇듯 세상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교계의 현실을 보자. 신학교에서 목회자 수업을 받는 이들이 있다. 매년 천여명이 넘는 신학생들이 졸업한다. 이들은 사명을 갖고 성직의 길을 택하였다. 그런데 졸업과 동시에 많은 난관을 맞는다. 임지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앞길을 개척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몫이 된다.

위와 같은 축사가 어쩌면 신학교에서 더 현실적인 말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들과 다름이 한가지 있다. 직업의식과 사명의식이다.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은 직업으로 예술을 통해 삶의 만족과 성취감을 이루기 때문에 힘들어도 자신이 좋아서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실패를 거듭해도 다음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부르심에 따라 주의 종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는 분들은 감당할 사명이 있다.

무엇을 위해 사역지를 찾아야 하고 개척하고  청빙의 문턱에서 수많은 거절과 실패를 담보로 하는가. 각오 없이는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힘든 사도의 길을 걷기 어려울 것이다. 실패와 거절의 연속인 세상은 그들과 같을지 몰라도 신학생들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가오리다. 소돔같은 거리에도 사랑안고 찾아가서 종에 몸에 지닌것도 아낌없이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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